[2030 미디어 리포트] “아이를 동반한 고객님께서는 자녀를 적극적으로 케어(care)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근 키즈케어존(Kids Care Zone)이 인터넷 이용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카페에 걸린 안내문과 같이,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에게 자녀가 사고를 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는 취지입니다.
이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사람들 사이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생긴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노키즈존은 주로 영유아기의 아동 입장을 제한하는 곳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카페·식당 등에서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종종 일어나자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노키즈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는 원래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어른들이 이를 어느 정도는 용인해 줄 필요가 있고, 이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아이들을 격리하기만 하면 이들은 결국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노키즈존/키즈존 지도
일부 네티즌들은 노키즈존에 맞서 '노키즈존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괜히 입장을 거부당하는 난처한 상황을 막기 위해 미리 알고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 점주들은 업소에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거나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될까 우려하기도 합니다.이처럼 노키즈존이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일부 점주들이 아이의 입장 자체는 제한하지 않되 부모에게 책임 의식을 고취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키즈케어존에 대한 일각의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 '케어'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조성해 놓지 않고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죠. 20대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동용 식기·의자·메뉴를 마련해 둬야 키즈케어존이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에 "아이를 위한 의자·식기를 마련해 두는 것은 업주의 선택이지, 부모가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20대 남성이 많이 찾는 한 게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디까지나 사업주 본인이 판단할 일"이라며 "남이 뭐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20대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케어는 부모가 해야 하는데 왜 가게가 의자를 준비해야 하느냐"는 반박이 나왔습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노키즈존 운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노키즈존 운영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노키즈존 운영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71%로, 반대하는 17%에 비해 4배 이상 많습니다. 특히 여성·20대는 물론이고 초등생 이하 자녀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반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노키즈존을 아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2017년 한 파스타 식당에서 13세 이하의 아동을 제한한 것을 '나이를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행위'라 결정했습니다. 영업의 자유는 무제한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어린 아이 등 특정 집단의 서비스 이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에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다만 인권위의 결정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업주가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키즈존이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더욱 낳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세요!'라는 광고를 내보냈는데요. 광고에 등장한 오은영 오은영의원장이 "아이가 식당에서 큰 소리로 울더라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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