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측, 건장한 남자 군인이 왜 저항 못했냐 물어"
"2년 동안 많이 힘들어…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
"2년 동안 많이 힘들어…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
군대 선임에게 성폭행을 당한 남성이 1심 재판 과정과 항소심까지 마친 소감을 털어놨습니다.
어제(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가 겪은 재판 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글의 작성자 A 씨는 "길고 길었던 재판이 끝나고 이제야 내 생활에도 안정이 조금은 찾아온 거 같아서 글을 써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건이 발생했던 2년 전 헌병대에 처음 진술했던 조서와 최근 항소심 판결문 일부를 첨부하며 "진술서에 보이듯 난 남자고, 가해자도 남자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하지만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A 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처음 헌병대에 신고한 후 항소심 재판이 2022년 3월에 끝나 재판 결과까지 총 2년이 걸렸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패소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잘못했다는 증거들이 많은데도 판결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 일부 / 사진= 개드립 웹사이트 갈무리
A 씨는 헌병대와 군 검찰에 진술한 내용으로 판사에게 진술하러 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법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치게 될까 봐 사시나무 떨듯이 떠니까 서기가 가해자를 퇴정 조치해주더라"며 "그리고 증언했는데, 그날 겪었던 일을 회상해서 진술해야 하는 게 지옥 같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A 씨의 진술이 끝나자 가해자 측 변호사가 그에게 어이없고 화가 나는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사는 A 씨에게 '건장한 남자 군인이 왜 저항하지 못했냐' 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A 씨는 "가해자는 키 180㎝에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거구였고, 난 170㎝도 안 되는 키에 몸무게도 56㎏밖에 안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에 따르면 가해자가 힘으로 눌러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 측 변호사는 A 씨에게 "부사관 임용 당시 체력 평가 통과했냐"고 묻었습니다. 이에 A 씨가 "통과했다"고 답하자 "이상입니다"고 하며 A 씨의 말을 끊기도 했습니다.
A 씨가 헌병대에 처음 진술했던 조서 / 사진= 개드립 웹사이트 갈무리
A 씨는 "내가 동성애자이고 가해자를 꾀어서 강제가 아닌 합의로 성관계를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게 정말 역겨웠다"며 "피해 사실을 친구들한테 얘기했었던 카톡 증거를 보면서 '친구들도 동성애자 아니냐'고 묻는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판사는 A 씨에게 '당시 옷은 누가 벗겼냐' '행위를 할 때 자세는 어땠냐' 등 진술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는 "증언만 1시간 넘게 한 것 같다"며 "마지막엔 울음이 나와서 더이상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아버지가 부축해 주셔서 차를 타고 집에 왔다. 거의 기절 상태였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헀습니다.
A 씨는 "증언한 날로부터 4개월 정도가 지나서 1심 판결이 났다. 가해자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국군교도소에 수감됐다"며 "이후로 내가 동성애자인 걸 조사하지 않았다며 편파 수사를 주장하며 항소하는 걸로 1심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반응이 좋으면 항소심에 대한 내용도 써 보겠다"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옆에서 계속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신 부모님, 좋은 재판결과로 이끌어주신 우리 변호사님,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인권센터 소장님 모두 감사드린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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