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62·사법연수원 14기)이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 비밀번호 공개법안을 검토·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통해 "추 장관의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제12조 2항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또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헌법적 가치"라고 했다. 또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거부의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하여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법무부는 반인권적이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에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발상은 사생활 비밀 보장이라는 헌법 취지에 정면 역행한다"며 "국민 인권을 보호하고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을 감시·견제해야 할 법무부가 개별사건을 거론하며 이런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도 "오늘 오전 인권위 홈페이지를 통해 추 장관에 대한 인권침해 진성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또 "법으로 강제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아내겠다는 황당무계한 발상은 사실상 고문을 통해 진술을 받아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국가 폭력"이라고 했다.
전날 추 장관은 '채널A 부적절 취재 의혹' 수사와 관련 한동훈 검사장(47·27기)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한다"며 "일정 요건 아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7년 제정된 영국의 '수사권한 규제법'을 근거로 들었다. 추 장관에 따르면, 영국은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을 상대로 법원에 암호해독 명령 허가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피의자가 명령에 불응하면 최대 징역 5년 이하에 처할 수 있다.
법무부는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다시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방식을 강구하거나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했다. 또 'N번방 성착취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추 장관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근거 없는 모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모든 국민을 위한 이 나라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헌법상 자기부죄금지, 적법절차, 무죄추정원칙 같은 힘없는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오로지 자기편 권력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을 위해 마음대로 내다 버리는 것에 국민이 동의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윤식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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