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제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앞으로도 숨어있는 감염자를 샅샅이 찾아내는 방역정책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항체는 병을 앓고 난 뒤 생기는 '면역의 증거'로, 항체 형성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에 무방비 상태인 만큼 지금처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대책으로 감염 확산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오늘(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일반 국민 3천55명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한 결과 단 1명만 항체가 형성됐습니다. 항체 형성률은 0.03%입니다.
이는 해외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그동안 진단검사를 광범위하게 시행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해외 국가들의 항체 형성률을 보면 집단면역을 실험한 스웨덴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1천1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5월 31일 기준)에서 스톡홀롬은 7.3%, 그 밖의 지역은 3∼4% 수준을 보였습니다.
확진자가 하루 수만 명씩 속출한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지역 3천3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4월 30일 기준)에서 1.5%, 뉴욕주 3천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5월 7일 기준)에서는 13.9%(뉴욕시티 21.2%)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이 외에 조사 기간과 대상에 차이는 있지만 영국 런던 17%, 스위스 9.7%, 벨기에 6%, 스페인 4.6∼5%, 중국 우한 3.8%, 덴마크 1.7%, 일본 도쿄 0.1%, 등을 보였습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확진자를 찾아내는 방역정책을 쓴 우리나라의 항체 형성률은 외국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나라들은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진단검사를 했지만, 우리나라는 증상이 없어도 전수조사 등을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냈다"며 "이 때문에 항체 형성률이 확진율과의 차이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코로나19의 국내 유행이 언제든 지역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초기 단계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대유행' 가능성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 형성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유행 자체가 초기 단계여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는 만큼 언제든 대유행이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국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구 주민이 포함되지 않는 등 한계가 있어 이를 국내 전체 감염 규모로 추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1만3천293명으로, 이 가운데 대구 확진자가 52.1%인 6천926명입니다.
단순 계산만으로 전체 감염 규모를 추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항체 형성률 0.03%는 확진율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놓고 항체 형성률 0.03%를 환산하면 1만5천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지역을 뺀 확진자는 6천367명으로, 이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항체 형성률로 환산한 감염자가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 교수는 "국내 전체 확진자에서 대구 확진자를 제외하고 감염 규모를 계산해보면 항체가 형성된 사람이 확진자보다 2배가량 많다"며 "해외보다는 현저히 낮지만, 지역에 숨어있는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점이 어느 정도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방역정책을 지금과 같이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면역은 항체 형성률을 60%까지 올려야 하므로 이를 높이는 것보다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계속 방역지침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역 대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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