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찜통이어도 어디 갈 곳이 없어요."
그제(7일)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자택에서 만난 85살 이이조 씨는 앞으로 찾아올 한여름 무더위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빌라 반지하 집에 사는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울 때는 노인복지회관 등지로 '피신'했으나 올해는 시설 폐쇄로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이 모두 폐쇄됐고, 은행 등 민간시설을 이용하자니 눈치가 보입니다.
그의 집은 에어컨이 없고 창문이 있는 방이 있지만 최근 누수로 인해 곰팡이가 피고 벽지까지 떨어졌습니다. 방에서 생활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이 씨는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주방이 딸린 거실에서 선풍기로 찜통더위를 이겨내야 합니다.
그나마 최근 구청에서 폭염 취약계층에 전달한 '쿨링 매트'가 위안입니다.
이 씨는 "폐지를 주우러 선선한 아침에 나가는 것 말고는 갈 곳이 없어 집 안에서 지내고 있다"며 "지금은 그나마 견딜만하지만, 올해 여름이 유독 더울 것이라고 해 걱정"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예보되면서 냉방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지내는 독거노인 등의 여름나기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9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 있는 무더위쉼터 813곳 가운데 87%에 달하는 706곳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폐쇄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로당이 문을 닫았고, 보건소 등은 무더위쉼터로 활용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인천 지역 무더위쉼터 107곳은 주민센터나 금융기관 영업점 등으로 불특정 다수가 찾는 데다 눈치가 보여 노인 등이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환기가 잘되는 공원 내 벤치, 나무 그늘, 교량 하부, 정자 등 야외 공간 86곳을 무더위쉼터로 확보하고 추가 지정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폭염 취약계층을 모두 수용하기는 부족한 수준입니다.
인천시는 폭염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18만9천명가량을 무더위 취약계층으로 분류했습니다.
그제(7일)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의 낡은 자택 앞에 천막을 치고 더위를 피하고 있던 76살 임 모 씨는 "집에 낡은 에어컨이 한 대 있지만, 전기세가 무서워 켤 수 없다"며 "무더위쉼터로 은행이나 동사무소를 가라고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눈치가 보여서 어떻게 가겠냐"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 70살 장연수 씨는 "그냥 동네 주민끼리 더위를 피할 수 있게 집 근처 천막이나 좀 넓게 설치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금융기관 영업점 등지를 무더위쉼터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관리 방안을 마련해 경로당 운영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로당 등이 폐쇄된 상황이라 상시 관리자가 있고 철저하게 방역이 이뤄지는 주민센터나 금융기관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 방역지침이 변경되는 상황을 보면서 노인 일자리와 연계해 경로당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난도우미 4만7천여명을 활용해 폭염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연락해 안부를 확인하면서 취약계층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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