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랜선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얼른 이 시기가 지나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지난 3월 부임한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24살 정다영 선생님은 아쉬움 마음을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지난해 임용고시에 합격해 1년간 대기한 끝에 올해 부임한 정 선생님은 첫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별 감흥이 없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월 개학이 무산되고, 지난달 16일 겨우 온라인 개학을 한 이후 여전히 학생 얼굴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은혜' 노래도, 카네이션도, 서툰 손편지도 없는 스승의 날, 정 선생님의 소원은 '학생들과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기'였습니다.
담당 반이 정해진 날, 정 선생님은 학적 정보 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학생들의 1학년 때 사진을 찾아봤다고 합니다.
5년간 키도, 마음도 많이 컸으련만 실제로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매일 학생들과 통화를 하며 어려움을 공유하고 애틋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2번씩 20분가량 학급 학생 28명과 통화를 하다 보니 목이 쉴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색했던 학생들도 이제는 쾌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영상으로만 공부하다 보면 학습 능률이 떨어질 수 있어서 간단한 퀴즈도 나누면서 함께 복습하고 있습니다.
수업 중에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향상하기 위해 우쿨렐레 연주를 하고 구연동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핵심 내용을 잘 잡아서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자료를 제작해야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파워포인트(PPT) 공부도 열심입니다.
정 선생님은 "'내가 즐거워야 학생도 즐겁다'라는 생각으로 기운 내서 준비하고 있다"라며 "학생들이 '재밌다'라고 해주면 힘들어도 보람이 든다"라며 웃었습니다.
그는 얼른 학생들이 보고 싶으면서도 예정된 등교 개학이 마냥 설레지만은 않는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시 야기될 혼란이 눈에 선해서입니다.
거기다 더워지는 날씨에 마스크를 낀 채 수업을 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정 선생님은 "마스크를 낀 채 책상 간격까지 띄워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라며 "특히 음악 수업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학생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얼른 상황이 나아져 등교 개학을 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장기간 가정에서 학습 지도를 맡는 학부모와 지도를 잘 따라주고 있는 학생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스승이 되고 싶다는 정 선생님은 이날 오후에도 학생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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