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박민정씨(가명·25)는 올 상반기 공개채용 때 회사 20여곳에 입사지원서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미루겠다고 발표하면서 박씨의 계획도 바뀌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일정이 마냥 밀리는 건 아닌지 답답했지만 지금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며 "서류에 쓸 내용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다음주에 있을 영어 시험을 급하게 신청했다"고 밝혔다.
18일 오전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장기화되고 대학들이 개강을 줄줄이 연기하면서 영어학원, 각종 자격증 학원 등에 대학생과 취준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회에 부족한 '스펙'을 쌓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본격화될 채용 시장에서 합격 가능성을 높여보겠다는 계산이다. 공채연기와 개강연기라는 암초를 만났지만 '역발상'으로 실력 보완의 계기를 찾겠다는 취지다.
서울 노량진동에서 만난 취준생 윤혜진씨(가명·24)는 "토익 성적이 800점대 중반이라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채용 일자가 뒤로 연기되는 회사가 있어 다음 주에 한 번 더 볼 예정"이라며 "서류 마감이 늦어지면 영어성적 말고도 다른 공인 인증서류를 보완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개강이 연기되면서 작년 동기 대비 토익 시험 접수인원이 다소 증가했다”고 밝혔다.
3월 초 개강이 2주 가량 늦춰지자 이 기회에 운전면허를 따려는 대학생도 많다. 대학생 진소연씨(가명·20)는 "원래 수학능력시험 끝나고 바로 운전면허를 따려고 했는데 학원이 꽉 차있다고 해 미루고 있었다"며 "개학이 2주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서둘러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욱씨(가명·20)도 "지금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에 다니는데 사람들이 늘어나 수업이 밀리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영세 자영업자들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자동차 운전면허학원 상황은 사뭇 다르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녹천자동차운전전문학원 소속 전재훈 실장은 "2월은 방학이라 원래 사람이 많긴 한데 평소에 비해서도 1.5배 이상 수강생이 늘어 이번 달만 수강생 400여명이 등록했다"며 "평소엔 등록하면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지금은 3월 초중순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랑자동차운전전문학원 직원 박효성씨(가명·31)는 "평소보다 수강생이 많아서 예약이 3주씩 밀렸다"며 "지금 등록하면 기능시험은 3월 첫째주부터 가능하고 도로주행은 3월 말은 돼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위치한 운전학원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대전에 있는 대성자동차전문운전학원은 수강생이 늘면서 교육 프로그램도 늘리고 있다. 양승숙 주임(40)은 "겨울방학동안 못 딴 면허를 지금 따러 뒤늦게 오는 대학생 수강생이 많다"며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모두 2월은 이미 꽉 찼고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대학생 박재형씨(가명·23)는 "전염병 특성상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봉사활동은 할 수 없지만 손세정제 만들기를 비롯해 지역의 청결과 관련한 활동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며 "서울시나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공지하는 봉사활동도 지금 아니면 참여하기 힘든 활동이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한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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