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억울한 옥살이`…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결정

법원이 화성8차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53)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30년 만에 누명을 벗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찬)는 14일 화성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윤씨에 대해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420조 5호에 따르면 유죄 선고자에 대해 대해 무죄 등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면 재심 청구가 가능하고, 재심 청구 이유가 인정되면 법원은 같은법 435조에 따라 재심개시결정을 할 수 있다.
재판부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자백한)이춘재가 수사기관에서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이라는 취지의 자백진술을 했고,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춘재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윤씨에 대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개시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윤씨 측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부가 신속한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면서 "무죄판결도 중요하지만 당시 수사와 재판의 문제점을 재심 과정에서 정확히 밝혀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초순께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재심공판기일 일정과 입증계획 등을 정리하고 3월께 재심공판기일을 지정해 본격 재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화성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양(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씨는 1998년 10월 수원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거쳐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지난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57)가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 윤씨 역시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