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를 분양 받아 키운뒤 태어난 새끼들을 업체에 보내면 수익금을 주는 '앵무새 번식 창업'이 성행 중이다. 문제는 업체들이 건강이 좋지 않거나, 암수 짝이 맞지 않는 앵무새를 분양하는 등 산란 확률이 낮아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컨설팅 명목으로 투자비를 받고도 멸종위기종인 앵무새 관련 법률 리스크를 설명해주지 않고 있어 범법자로 몰리는 투자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앵무새 번식 창업에 대해 정보를 들은 장 모씨는 한 분양 업체의 광고를 보고 상담을 받았다. 장씨에 따르면 업체 측에서는 부업 형식으로 하루 30분만 투자해도 월 10% 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득했다. 정기적인 컨설팅과 관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장씨는 앵무새 50쌍을 5000만원에 분양 받았다.
이후 장씨는 본사에서 시킨 대로 앵무새를 키웠지만 산란 기미는 안 보였고, 오히려 한 마리씩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불안감에 떨었다. 본사에 항의를 해봐도 "낯선 환경이라 그럴 수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새끼를 낳을 것이다"라는 대답 밖에 들을 수 없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방문해 관리를 해주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장씨는 "거액을 투자했는데 수익은커녕 인건비, 사료비, 임대료 등으로 수백만 원의 적자만 남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장씨와 같이 이색적인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유혹에 혹해 앵무새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은 무분별하게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이들에게 지급할 투자금을 또 다른 투자자 유치로 '돌려막기' 하다가 잠적해버리기도 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잠적한 업체 관계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등 소송전에도 뛰어들기도 한다. 실제 경기도에 위치한 한 업체를 대상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 20여명이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은 업체의 사기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주장한다. 앵무새 산란을 위해선 암수의 쌍이 맞아야 하는데 정작 업체가 분양해준 앵무새 수십여 쌍의 DNA 검사 결과 성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계약 전과 후의 말이 다른 업체들의 태도도 문제다.
앵무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 법률 규제도 까다로운 편이다. 앵무새 소유권을 양도하려면 관할 환경청 신고를 통한 별도의 양수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반 내용을 알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불시의 환경청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내거나 수사기관에 고발되기도 한다. 실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투자자들도 있다. 장씨는 "업체들이 투자금 중 일정 비율을 컨설팅비 명목으로도 받고 있지만, 이러한 법률 리스크에 대한 내용은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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