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료원의 한 교수가 자신의 딸을 의료원에 취업시키기 위해 부정한 일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공감한다"는 말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원 측은 사전 검안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대자보를 철거하는 한편 사실 파악에 나섰다
19일 고려대 의료원 측에 따르면 안암병원 내부에 부착된 '고려대 의료원 P과의 B교수님의 불의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이날 오전 철거됐다. 이 대자보는 전날 밤이나 이날 오전에 부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자보는 철거됐지만 이날 고려대 커뮤니티사이트에 해당 대자보 사진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퍼지고 있다.
모 전공의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고려대 의료원의 2020년도 신입 전공의 선발과 관련해 "인생을 건 경쟁에서 부정이, 불의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고려대 의료원 P과의 B교수님의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작성자는 "제가 선택해 수련받는 이 P라는 과에는 B라는 교수님이 계시고, 이 교수님에게는 서울의 모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딸이 한 명 있다"면서 "이 따님은 현재 우리 과에 지원을 했으며, 경쟁 없이 무혈입성 예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성적도, 평판도 우월한 경쟁자가 있었으나 인턴 근무 중 친분이 있는 같은 과 W교수님에게 일과 관계 없는 폭언이 반복되며 지원의욕이 꺾여 버리고 타과를 지원했다'는 게 이 작성자의 주장이다.
B교수가 "자신은 서울대 모 교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며 "딸이 지원하겠다고 하면 먼저 나서서 자리를 만들고 지원자를 정리해야 마땅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이 교수가 자신과 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적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작성자가 "이제 신입전공의 지원이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그는 고려대 의료원의 의과 레지던트 모집에 대해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 의료원에 따르면 의료원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의과 레지던트를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2명, 안암병원 52명, 구로병원 48명, 안산병원 36명 등138명이다.
다만, 이 대자보에서조차 B교수가 구체적으로 자신의 딸을 위해 어떤 부정한 행동을 했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아 반론이 예상된다. 'W교수가 B교수 딸의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폭언을 했고, 그 결과 경쟁자가 타과로 지원했다'는 작성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더라도, W교수의 폭언이 B교수 딸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 B교수가 "딸이 지원하겠다고 하면 먼저 나서서 자리를 만들고 지원자를 정리해야 마땅하지 않겠냐"는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어떤 상황에서 이 같은 말이 나왔는지 정황파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원 관계자는 "대자보 상 익명으로 (의혹을) 제시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잘못 된 부분 있는지는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전공의 채용절차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면서 "(의료원 교수)자녀가 있다 해도 (해당 교수가)채용에는 일체 관여가 있을 수 없고, 면접에서는 (응시자) 관련자가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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