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 뉴욕(Consensus New York) 현장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에게 세계 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을 묻다.
Q 해시드(Hashed)라는 이름의 함의는?
A . '해시(Hash)'는 블록체인 산업의 기술적 근간이 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타인이 알아보기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암호화 기술인데, 모든 블록체인이 구동되는 알고리즘에 해시 함수(Hash function)가 필요해요. 해시드(Hashed)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부서져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암호화되어 버린 상태 같은 걸 의미하는, 해시의 완료형이죠. 저희가 상상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근간이 된 미래의 탈중앙화 경제사회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이름이에요.
창업 당시 혁신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 활동을 하는 조직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보통 벤처캐피탈들이 'ABC 캐피탈' 또는 'XYZ 벤처스' 등의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데, 저희가 하고자 하는 투자 활동이 기존의 벤처캐피탈들의 영역 및 활동 방식과는 다르다고 생각했고,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을 강력하게 형상화한 느낌으로 나아가자는 생각에서 해시드(Hashed)가 탄생했어요.
Q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 뉴욕(Consensus New York)에서 김서준 대표의 강연 주제는?
A 한국이 왜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제 나름의 분석과 함께 설명했어요.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량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미국을 포함한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인구수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이미 구매했거나 관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을 단순히 한국인의 투기 심리로만 매도하는 것은 한국이 만들어온 IT산업의 유산을 우리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1990년 후반에 인터넷 서비스 산업이 떠오르던 시절부터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혁신적인 온라인 서비스들을 다수 만들어 온 나라에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래픽 MMORPG인 바람의 나라를 포함해 세계 최초의 유료 아바타 서비스를 만들었던 세이클럽, 도토리라는 가상화폐가 통용되던 전 국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싸이월드, 세계 최초의 게임 아이템 거래소인 아이템베이, 세계 최초의 e스포츠 리그인 스타리그 등이 모두 한국 시장에서 탄생했죠. 그만큼 한국의 대중은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랜 사회적 학습을 한 셈이에요. 암호화폐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한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인 대중 사용자를 만들어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다수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발표했어요.
김서준 해시드 대표
Q 2019 컨센서스 뉴욕에서 전 세계에서 참여한 블록체인 리더들과의 미팅에서 얻었던 교훈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작년에도 컨센서스 뉴욕에 참여했었는데, 불과 일 년 만에 이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준과 역량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과거에는 단기간에 암호화폐로 돈을 번 뒤 투자자라고 자칭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프로젝트 중에서도 기초가 강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하게 펀드레이징을 하는 팀들 역시 많았어요. 그런데 올해는 일 년이 넘는 긴 하락장을 겪고 나니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과 철학이 부족하거나, 역량이 낮은 사람들이 산업을 많이 떠난 것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또 다른 측면으로, 작년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플랫폼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만 가지고 있는 팀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실제로 작동하는 데모를 가져오거나 개발단계까지 나아간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고, 우리가 이런 거를 만들 테니 투자해달라는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올해는 이미 나름의 성과와 기술적인 진척 상황을 가지고 발표하는 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해시드 입장에서는 컨센서스에 참여하여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도 하지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저희의 포트폴리오들을 직접 만나 교류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에요. 저희가 투자한 40여개의 글로벌 팀 중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고, 그중 일부는 남미나 아프리카에도 있어요. 포트폴리오 회사들과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평소에 교류하지만, 컨센서스와 같은 큰 컨퍼런스를 통해 효율적으로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거죠. 그들이 이 새로운 산업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저희도 교훈을 얻고, 전략적 투자자로서 계속 조언해주거나 도울 것들을 찾고 있어요.
Q 김서준 대표는 전 세계의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강연과 투자처를 찾기 위한 출장을 한다고 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볼 수 있었던 Global Citizenship (세계 시민의식) 의 조건은?
A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진정한 의미의 개방과 협력인 것 같아요. 저는 폐쇄적인 형태의 회사에 고용되어서 일하는 근무 형태 중 많은 비중이, 미래에는 개방형 프로토콜을 위해 일하는 형태의 고용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요. 수많은 직장인이 회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잖아요. 어떤 조직을 위해 일을 하려면 고용계약서에 사인한 뒤 한 회사를 위해서만 일해야 하고, 조직에 대한 기여에서도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되죠. 이번 달에 열심히 근무하고 좋은 실적을 만들었다고 해서 내년에 연봉이 올라갈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어요. 이런 것들이 현대의 전통적인 회사의 모습이죠. 무엇보다도 회사는 많은 영업이익을 만들더라도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대부분의 가치가 반영되지, 실제로 기여를 한 종업원들에게 정당하게 보상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주주자본주의의 문제를 개선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조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해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협동조합처럼 동작하는 완전한 개방형 네트워크에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수수료는 정당하게 일을 한 채굴자들에게만 공정하게 배분되고, 영업이익과 배당이라는 명목으로 심지어 창업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나 비탈릭에게도 분배되지 않아요. 또한 누구나 허가 없이 네트워크에 합류해서 기여를 할 수 있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채굴하기 위해 비트코인 주식회사와 일일이 용역계약을 맺어야 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비트코인은 절대로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블록체인 프로토콜뿐 아니라 서비스 레이어에서도 이 같은 철학과 방식으로 동작하는 개방형 협력조직들이 다수 탄생할 거예요.
아마존, 유튜브, 에어비앤비과 같은 강력한 IT 회사들의 비즈니스 형태인 플랫폼 경제는 중앙화된 회사에서 프로토콜 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등장한 조직 구조라고 생각해요. 이들의 공통점은 직원이 아닌 커뮤니티의 기여를 통해 실질적인 플랫폼의 가치를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 아마존의 판매자, 유튜브의 스트리머,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우버의 드라이버 등은 모두 회사의 직원이 아니지만 플랫폼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는 주체들이죠. 이들을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이 모든 플랫폼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에요.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토콜 경제는 그 해법이 될 수 있어요.
Q 그 다른 경제 구조로 향후 '기득권'이란 단어가 사라지게 되는가?
A 새로운 산업과 경제가 만들어지더라도 그 안에서는 늘 새로운 기득권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기득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기득권은 전통 사회의 기득권에 비해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할 거예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포크(fork)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네트워크 구조나 운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분리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비트코인만 하더라도 기존의 비트코인의 프로토콜이 효율화된 방식으로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 개발 진영에서, 비트코인 캐시나 비트코인SV라고 하는 또 다른 네트워크로 분화를 시켰죠. 이런 식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기존의 기득권이 네트워크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거나 부당한 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커뮤니티에 의해 얼마든지 분리될 수 있어요.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오픈소스로 개발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은 기술이 아니라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저도 오늘 밤에 비트코인을 한 시간 내로 포크해서 새로운 코인을 발행할 수 있지만, 커뮤니티의 지지가 없다면 그 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겠죠.
김서준 해시드 대표
Q 안토니 팜플리아노 모건크릭디지털에셋 창업자가 "비트코인의 70%이상은 이미 채굴됐다. 2020년이 되면 비트코인은 다시 반감될 것이고, 이는 가치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다" 라고 언급했고, 암호화폐 전문 트레이더인 문 오버로드(Moon Overlord)도 "과거 비트코인의 추세를 살펴보면 반감기 1년 전, 주기적 상승세를 맞게 될 것이다." 라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반면, 파운데이션 엑스의 정성동 전략팀장은 "두 반감기 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두 가지 샘플을 가지고 다음 반감기에도 반드시 상승하리라 예측할 수는 없다"고 했는데 김서준 대표의 생각은? A 저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상승할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과거에 두 개의 사건이 있었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졌기 때문에, 또 그 사건이 생기면 국내 경제가 좋아질 거다'라고 예측할 수 없는 거잖아요. 물론 반감기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에요. 어떤 경제시스템이든 수요가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공급이 초과하면 가격은 내려가고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올라가죠. 반감기를 지나면 새롭게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에 자연스럽게 풀리는 비트코인의 공급도 적어질 수밖에 없고 가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죠.
Q 향후 5년 후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 것 같나?
A 어려운 질문인데요, 개별 암호화폐의 가격을 예측하기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고 자칫 투자 권유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낙관론을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어떤 개별 토큰 프로젝트의 가격이라기보다는, 결과론적으로 탈중앙화 경제가 만드는 거대한 세계의 인덱스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앞서 언급한 개방형 프로토콜 기반의 협업조직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과정에서 기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토큰의 발행과 유통은 필수적이에요. 이러한 탈중앙화 경제가 주류경제에 편입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다양한 개별 토큰들 사이에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어요. 비트코인의 정의를 놓고, 화폐냐 아니냐 말들이 많은데,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자국 화폐의 가치가 폭락한 남미와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에서는 이미 어떤 외화보다도 쉽게 접근 가능하며 안정적인 가치를 담보하는 중립적인 자산으로서 입지를 이미 다져가고 있죠.
2017 년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과 2018 년의 폭락이 개인 투자자들의 열풍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시작될 거대하고 긴 비트코인의 상승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할 거예요. 작년 말을 기점으로 하버드, 스탠퍼드, MIT 등 미국 명문대의 대학기금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시작되었고, 올해부터는 미국 시장의 연금펀드 등 초대형 기관들의 암호화폐 진입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요. 이들 기관이 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브로커리지 및 수탁 서비스들을 최근 들어 출시하고 있고, 세계 금융 규제의 표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 SEC의 커미셔너도 컨센서스 뉴욕에 직접 참석하여 'SEC가 암호화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 좋은 기회와 인재들을 다른 나라에 뺏기지 않기 위해 빠르게 제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죠. 이 외에도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중립적이며 특정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자산을 찾기 위한 압력이 가중되는 등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되는 환경적 요소들은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지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보다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경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인류문명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것을 되돌아본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의 출현과 전 세계적 확산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5년 뒤 비트코인의 가격은 1억 이상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블록체인이 산업이나 서비스에서 메이저 스트림(주류)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A 블록체인으로만 가능한 독특한 재미나 효용을 담보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이 출현해야겠죠. 애플리케이션 중에서는 게임 분야가 가장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 비싼 컴퓨터를 게임기로 사용하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졌고, 점차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순서로 그 영역을 확장해 왔잖아요. 모바일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고요. 게임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버는 회사들이 등장한 뒤 수년이 지나서야 다양한 컨텐츠 및 유틸리티 분야에서 성공 사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 게임은 이미 NFT라는 구조의 희소성을 담보하는 아이템 발행을 통해 모바일 게임에서는 절대로 발행될 수 없는 값비싼 자산들을 유통하기 시작했어요. 홍콩의 블록체인 게임 퍼블리셔인 애니모카브랜즈가 F1 과의 공식 제휴를 통해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한 버추얼 레이싱카는 10만달러(1억원 이상)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죠.
가장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금융일 거예요. 국제 송금이나 결제에서는 이미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 간 송금에서는 대표적으로 리플이라는 프로젝트가 많은 은행의 상호 거래를 효율적으로 동기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고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카드 결제 수수료를 크게 절감하는 결제 플랫폼도 다수 등장하고 있어요. 해시드가 리드 투자자로 지원하는 테라(Terra)라고 하는 스테이블 코인도 이커머스 사업자들에게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죠.
김서준 해시드 대표
Q 암호 화폐의 큰 리스크는 모든 책임이 개개인, 본인에게 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자금이 되는 것이고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치매에 걸리는 순간 모든 재산을 잃어버린다. 또, 접근하기 어려운 점과 복잡한 과정도 문제이다. 완벽한 탈중앙화라고 하지만 이 중앙화가 이루어지려면 모든사람들의 지식이 높아져야 하고 이는 결국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나 라는 우려가 있다. A 어떤 기술이든 처음에 나왔을 때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도 최초에는 소수의 개발자만 접근할 수 있던 어려운 기술이었다가 점점 더 많은 개발자가 사용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일반인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블록체인 역시 일반인 사용자 관점에서의 사용성 연구가 아직은 덜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는 기술 자체가 표면적으로 날 것으로 드러나 있고, 그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까다로운 상황이에요. 퍼블릭 키나 프라이빗 키의 개념을 잘 알아야 지갑에 접근해서 누군가에게 송금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는 제도권에서 탈중앙화의 정신을 최대한 따르면서도 쉬운 사용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양 세계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뛰어난 사용성의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대표적으로는 카카오톡이 만들고 있는 클레이튼이나 라인이 만들고 있는 링크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그리고 페이스북이 만들고 있는 글로벌코인이라는 프로젝트 등도 이미 수많은 유저를 확보한 메신저와 결합이 될 거예요. 더는 프라이빗 키나 퍼블릭 키를 개인이 보관하지 않아도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거나 친구에게 전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은행에서도 조만간 암호화폐 자산을 수탁하는 기능을 출시하겠죠. 이처럼 앞으로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사례가 다양하게 나올 거라 예상합니다.
Q 암호 화폐의 익명성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A 서비스 목적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익명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지켜 줘야만 하는 분야에서는 위험성과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서비스나 플랫폼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각국의 정부들의 방향을 보면 돈세탁이나 테러 자금에 대한 유입금지 등을 글로벌한 공조를 통해서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구체화되고 있어요. 결국 어떤 고객이 어떤 암호자산을 가졌는지는 국가가 대부분 탐지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들이 불법적인 활동을 할 때 추적할 수 있는 인프라의 제도화에 대해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이 공감한 상황이에요. 얼마 전에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G20 회담에서도 비슷한 아젠다가 논의된 바 있어요.
Q 비트코인은 익명성 때문에 불법적으로 활용되기 쉬우며, 세금이나 회계 더 나아가 국가 시스템에서 적용되기가 어렵다고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비트코인을 제도권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은 끊임없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요. 비트코인에 대한 큰 편견 중의 하나가, 비트코인으로 마약이나 무기 같은 것을 사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정부의 감시망에 걸리고 결국 감옥에 가게 만들죠.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요. 그래서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자산이 흘러가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거래소에서 바뀌었는지 쉽게 추적할 수 있어요. 회계 시스템에 대한 적용은 국가마다 진척 상황이 아주 다른데, 일본 같은 경우는 이미 비트코인을 기업의 회계장부에 공식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등 많은 나라에서 가이드라인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김서준 해시드 대표
Q 2019년엔 블록체인의 초당정보처리속도, TPS의 확장성 문제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김서준 대표가 2018년 컨퍼런스에서 말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A 실제로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많은 기술적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어요.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채널을 통해 훨씬 더 싸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방법이 퍼지고 있어요. 이더리움처럼 낡은 인프라를 가진, 그러니까 확장성이 낮은 블록체인들도 그 위에 세컨레이어 솔루션을 통해, 이더리움 위의 토큰 전송을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이미 많이 개발된 상황이에요. 세컨레이어 솔루션에 따라서는 트랜잭션 처리량을 100배 이상 늘리는 것도 가능하고, 수수료도 10 분의 1 이하로 내려가는 등 제법 쓸만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죠.
Q 한 블로거가 '한국의 액셀러레이팅은 핵심이 빠져있다. 실제 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주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네트워크에서 적인 비즈니스 미팅을 만들어주기에 대부분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프로그램에서 1 위를 한 업체는 대부분 원래 역량이 있는 업체다.' 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좋은 성과를 만들고 있는 모든 투자사는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성공할 것 같은 창업자에게 투자함으로써 성공사례를 만들고, 그를 통해 지속해서 뛰어난 창업자와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요. 저희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투자를 잘하고 있는 수많은 액셀러레이터들과 벤처캐피털들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창업자를 발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철학이나 역량 자체가 모든 경쟁환경을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으면 그 어떤 투자자가 도와준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어요. 만약 누군가 저희가 기본적으로 역량이 뛰어난 창업자를 찾아서 쉽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희가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인 것 같아요. 그럼 왜 그렇게 뛰어난 창업자들이 자신의 힘만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그런 투자사들을 찾아갔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해요. 창업자들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을 해당 투자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Hashed 본사 입구의 글
Q 해시드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창업자들은 다른 액셀러레이터들에 비해 어떤 지원을 받고 있나? A 다른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저희가 잘 몰라서 말씀드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희가 정의하는 블록체인 산업의 액셀러레이션에서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하다고 생각해요. 모바일 산업의 초창기에는 뛰어난 개발자 두세명 정도가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개발해서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리기만 하면 대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어요. 사용자들은 앱스토어에 들어가서 스스로 새로 나온 앱을 다운받아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퍼블리싱이나 마케팅에 대한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아도 됐죠.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의 초창기에 프로토콜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비즈니스를 할 때의 난이도와 복잡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요.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택하고 어떤 구조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하는지,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등 제품 개발 자체에 대해서도 습득해야 하는 최신 지식이 많기 때문에 저희가 가진 전문성과 지식으로 프로젝트팀을 돕고 있어요. 해시드의 파트너와 심사역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자문은 저희가 가장 전문성 있는 영역이기도 해요. 하지만 개발 외적으로도 창업팀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무척 많아요.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앱스토어에 올릴 수가 없어요. 단일화된 퍼블리싱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암호화폐 지갑이나 순위 사이트 등에 연결해서 홍보하는 작업을 직접 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 노출되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투자자와 퍼블리셔, 그리고 커뮤니티 빌더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하고요. 이런 지원 활동을 통틀어서 저희는 네트워크 빌딩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법률이나 세무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막막함을 느끼죠. 명확하게 하지 말아야 할 사항도 국가마다 아주 다르고, 한국처럼 명시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은 나라들도 과거의 판례에 기반하여 조심할 것이 많죠.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토큰을 팔면 안 되거나, 싱가포르에서 이런 문구로 홍보하면 안 되거나 등등 국가별 제도에 맞춰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범법자가 될 위험도 있어요. 국내에서는 토큰에 대한 매출을 처리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해외 법인을 통해서 합법적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요. 이런 다양한 부분들을 다양한 저희의 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저희가 협력해서 일하고 있는 국내외의 기관들과 연계해서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어요.
Q 기술변화의 속도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 기준으로는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된다. 일반인이 기술을 이해하고 쫓아가는 상황과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전문가 집단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모든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 로봇에게 뺏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죠.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정책을 강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최근의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기술 흐름에 전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예를 들어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일자리와 관련한 논란도 적어도 7~8여년 전부터는 충분히 예정되어 있던 일이거든요. 택시는 공유경제서비스로 진화해 나갈 것이고, 결국에는 로봇 택시로 전환되는 것이 막을 수 없는 수순인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선제대응을 안 했기 때문에 결국 현재 시점에서 택시 운전사들의 억울함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을 떠나서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고, 더 많이 일어날 거예요.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저희 나름대로 국회에서 공청회를 여는 등 정부 기관과 대화하고 산업과 기술에 대해 이해시키고 제도화를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함께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업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조직처럼 바라보고 있는 정부 기관들이 많은 상황이죠.
블록체인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의 확산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 우리는 이미 글로벌한 경쟁상황에서 살아가고 있고, 한국에서 개발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막더라도, 결국에는 해외시장을 석권한 업체가 국내에 진입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거예요. 오히려 가급적 빨리 자국의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에서 국내 성공사례를 만든 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좋은 발판을 우리 정부가 잘 만들어주고, 그에 따른 과실을 세금 등의 방법으로 회수해서 해당 산업발전을 통해서 소외되는 약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옳은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김서준 해시드 대표
Q 청소년기의 꿈과 대학 시절의 꿈, 그리고 성장 과정이 현재의 김서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A 어린 시절에는 로봇 만화의 로망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사람들의 직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거대한 기계장치를 만들어서 움직인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덕분에 이공계로 진로를 가지게 되었고요.
한편으로 저는 반골 기질이 꽤 강했어요. 그러니까 예전부터 이미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제도나 시스템들에 대해 이게 절대로 최선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모든 발명과 창업은 현실 세계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돼요.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서요. 세상에 처음부터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교에 입학해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그 불만을 직접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배운 것 같아요. 컴퓨터가 만들어 준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래밍 코드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과거에는 어떤 제품을 만들려면 공장 같은 거대한 생산시설이 필요했지만 현대사회는 그렇지 않잖아요.
제가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던 회사는 웹케시라는 국내 최초의 핀테크 기업이었어요. 시중 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금융회사 전산 인프라를 개발하는 회사였는데, 웹케시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획 및 개발자로 참여하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금융 시스템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도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드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이후 공동창업했던 인공지능 기반의 수학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노리(Knowre)는 처음부터 미국법인으로 설립하고 미국의 중고등학교부터 솔루션을 판매하는 등의 성과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해시드가 처음부터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투자 활동을 하는 도전을 하는데도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Q 해시드 김서준 대표의 새로운 꿈은?
A 저희들은 회사에서 모두 같은 목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암호화폐가 의미 있는 것이냐, 이 기술과 인프라가 세상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냐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잖아요.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기반은 구성원 간의 합의(consensus)를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기술과 시스템이에요. 우리 사회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인류 문명은 소규모 지역 커뮤니티뿐 아니라 글로벌한 국가 단위의 커뮤니티에서도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 인류가 공동으로 합의해야 하는 거대한 위협에 대해 전혀 체계적으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블록체인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해시드는 이에 대한 증명을 블록체인 산업의 에반젤리스트이자 전략적 투자자로서 다양한 프로젝트팀들과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해시드를 명실상부한 아시아, 나아가 세계 최고의 블록체인 투자사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JFK 공항 입국심사의 심각한 정체로 뉴욕 타임스퀘어 인터뷰 약속 시각이 3 시간이나 늦었음에도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준 #Hashed 김서준대표의 얼굴은 누적된 피로가 여실히 드러났다. 컨퍼런스 내내 전 세계에서 참가한 블록체인계 리더들의 수 많은 미팅요청으로 며칠 동안을 2 시간씩 밖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블록체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산업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블록체인기술은 어쩌면 '철기의 발명' '영국의 산업혁명'보다 더 거대한 혁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두려움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선도를 하는 젊은 리더들이 긍정적인 방향의 혁명으로 안내해 주리라 믿는다. 또한 일반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스스로 책임지는 건강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김서준 대표를 포함한 젊은 선도자들이 잘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 명실상부한 Global Citizen (세계시민) 인 김서준 대표를 만난 후 걷던 맨해튼의 거리는 건강한 에너지로 넘쳤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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