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울산시의회가 청소년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보수성향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울산시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는 보수성향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일과 지난 달 15일에도 울산시청과 울산시이회에서 해당 조례안 제정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에 나섰다.
이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이미영 울산시의회 부의장이 대표발의하고,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 공동발의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청소년의회는 울산에 재학 중인 만 12~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간접 선거를 실시해 선출한 임기 2년의 학생 대표 25명으로 구성된다.
전국적으로 서울시 등 38개 지자체가 비슷한 취지의 청소년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울산 청소년의회는 학생들이 직접 선거에 참여하고, 학교 안전 문제와 학생 인권 신장은 물론 학생 예산 편성까지 청소년 문제 전반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른 지역은 학교장 등 추천으로 학생 대표가 선출되고,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된다.
울산시의회가 청소년의회 조례를 통과시키면 울산지역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들은 2년 마다 학생 대표를 뽑기 위한 선거를 해야 한다. 투표 대상 학생은 현재 기준 6만여 명에 달하고, 선거 비용과 인력도 울산시나 교육청이 별도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기관들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역 보수성향 시민단체와 종교계, 학부모들은 울산시의회가 학습권 침해는 물론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울산시의회 안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지만 전체 의원 22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7명에 달해 본회의에 상정되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이미영 울산시의회 부의장은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경험해 보는 것도 소중한 교육"이라며 "학생들이 그들의 정책의 예산을 의제로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회의하고 심의하는 과정들은 좋은 교육 중 하나의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핀란드 등 북유럽 선진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있고, 서울시도 청소년의회 의견을 받아들여 학생안전벨 설치 등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추진한다"며 "순수하게 교육적 차원에서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일부 단체들이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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