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 사드배치 설명회 때 황교안 총리가 탄 승용차와 주민이 몰던 차가 부딪친 원인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벌인 현장 검증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도로교통공단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황 총리는 지난 15일 설명회 도중 주민 항의가 거세지자 군청 인근에 세워져 있던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황 총리는 이후 4시간여 동안 버스 안에 있다가 오후 6시 넘어 버스 밖으로 나와 경찰관의 개인 승용차(흰색 쏘나타)를 타고 성산포대로 갔다. 성산포대에는 황 총리를 태우기 위한 헬기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차가 총리를 태운 승용차 앞을 달렸고, 총리가 탄 승용차 뒤로는 또 다른 경찰관의 개인 승용차가 따랐습니다.
이들 차량이 성주읍 성산리 성산포대로 올라가는 도로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주민 A(39)씨가 몰던 쏘울 승용차가 반대편에서 내려와 갑자기 중앙선을 비스듬하게 가로질러 막고 나섰습니다.
'호위차' 역할을 하던 경찰차는 쏘울 승용차를 피해 지나간 뒤였습니다. 하지만 황 총리가 탄 쏘나타 승용차는 쏘울 승용차가 막자 승강이를 벌이다가 쏘울차와 충돌한 뒤 밀고 갔습니다.
쏘나타 승용차의 오른쪽 앞부분과 쏘울 승용차의 오른쪽 뒷부분이 부딪힌 것입니다.
쏘나타에는 운전자와 황 총리, 경찰관 등 3명이 탔고 쏘울에는 A 씨와 그의 아내, 자녀 등 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고로 외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A씨는 도로를 가로막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고 책임은 총리가 탄 소나타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누군가는 그쪽 길(성산포대로 가는 길)로 올 것 같아서 기다렸다가 막았다"며 "총리 차란 것을 알고서 막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처음부터 총리가 탄 차인지는 몰랐고 경찰차가 호송해서 갔으니 총리가 탔든 도지사가 탔든 간에 누군가는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력시위를 하려고 갔으면 남자들과 갔지 왜 애들과 함께 가족이 갔겠느냐"며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항의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A씨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였기 때문에 승용차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칩니다.
도로를 가로막은 차를 빼라고 했는데 되레 A씨가 후진했다는 것입니다.
쏘울 차 뒤에서 손으로 후진하는 것을 막던 중 총리가 탄 차가 이를 피해 빠져나가다가 충돌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총리 차는 성산포대로 빠져나갔고 이 차에 탄 경찰관 1명이 내린 뒤 남아서 상황을 수습했습니다.
A씨는 "후진했다면 뒷좌석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데 부모로서 그렇게 했겠느냐"며 "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총리가 탄 차량의 뺑소니 사고임에도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찰관이 공무집행방해라며 차를 빼라고 요구하며 해머로 운전석 창문을 깼다"며 "이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이 놀라서 울었고 나도 유리 파편에 맞아서 손을 다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쏘울 차가 후진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고 경찰관이 남아 있었던 만큼 뺑소니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합니다.
쏘울 승용차가 일부러 길을 막은 만큼 공무집행방해나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리창을 깬 것에 대해서는 "후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습니다.
18일 경북지방경찰청의 사고 현장 검증 과정에서도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주장했습니다.
당시 총리 탑승 차량을 앞서 달려가던 경찰차에는 블랙박스가 있지만, 총리가 탄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사고 책임 소재를 밝혀 줄 결정적 자료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고 책임 소재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 주장이 계속 엇갈림에 따라 경북경찰청은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사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만약 A씨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공무집행방해죄나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이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쏘울차 운전자와 총리 탄 차의 운전자 주장이 상반돼 도로교통공단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전문기관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짚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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