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신공항 결정 이후, 밀양 주민 "쓸데없이 땅값만 잔뜩 올라"
"그놈의 신공항 때문에 주민들끼리 이리저리 갈라졌는데 차라리 잘 됐심더."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남 밀양시 하남읍 주민들은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응어리와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졸지에 10여 년간 부산 가덕도와 함께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에 올라 주민끼리 찬반으로 갈리고 다퉜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입니다.
23일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민들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곳은 만약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섰다면 비행기 활주로가 들어설 참이었습니다.
주민 배상헌(83) 씨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농사짓고 살아야지. 내 고향이고 살아온 터전인데 아이고 공항은 무슨…"이라고 말했습니다.
배 씨는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발표를 하던 날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마을회관에서 모여 TV를 지켜봤는데 대부분 박수를 쳤다"며 주민들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함께 있던 이금선(71)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맞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 씨는 "이제 신공항 때문에 주민끼리 서로 불편할 일이 없어져 홀가분하다"며 웃었습니다.
딸기 농사를 하는 박 모(45) 씨도 "욕심부리지 말고 농사지으면서 오손도손 살아야지요. 이곳이 얼마나 농사짓기 좋은 곳인데"라고 짧게 말한 뒤 버스에 올랐습니다.
인근 하남읍 백산리 들녘 부근에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 이야기는 내용이 좀 달랐습니다.
주민들은 10년 넘게 신공항 후보지를 놓고 시간을 끌어온 정부와 정치권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모(67) 씨는 "아예 처음부터 공항 이야기가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쓸데없이 10년간 주민들에게 바람만 잔뜩 집어넣었다"며 원망했습니다.
그는 "이곳이 신공항 부지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해서 솔직히 제대로 농사일도 못 한 주민이 많다"며 "허망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함께 있던 주민 정 모(68) 씨는 "신공항 후보지 논과 밭 곳곳이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 천지"라며 "쓸데없이 땅값만 잔뜩 올려놨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이 부동산 투기꾼들이 산 땅"이라며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마을 전신주와 버스정류장 곳곳에는 '논·밭·촌집 매매'라고 적고 부동산업소 명칭과 연락처가 담긴 전단지가 이미 낡고 색이 바랜 상태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부동산업소 한곳에 전화를 걸어보니 "지금 솔직히 전화 받을 정신이 없다. 죄송하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매매 문의를 하면서 다른 한 부동산에 전화를 걸자 "현재 전·답 한 평이 22만원 수준인데 정부 신공항 발표 후 아직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고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항 예정지 안에 700여 평 전답이 평당 19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는데 사겠느냐"며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에서는 신공항 발표 이전에 논밭 한 평에 20여만원 수준이던 땅값이 앞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고 예상했습니다.
부동산 업계와 주민들은 신공항 후보지 곳곳에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외지인 상당수가 공항 후보지와 맞붙은 김해, 창원, 부산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하남읍사무소에 따르면 읍 전체 면적 가운데 신공항 후보지로 포함된 면적은 20%인 7.2㎢입니다.
신공항 후보지 안에는 주민 830가구, 1천70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은 절반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김해에 사는 김 모(49) 씨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밀양 신공항 부지에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땅을 샀던 이들이 대박은 고사하고 쪽박 신세가 된 사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일부 '묻지 마' 투기꾼과 부동산 업자는 무리하게 땅을 사들이다 폐인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신공항이 다시 추진된 뒤 시세대로 땅을 산 사람들은 소위 '상투를 잡은 셈'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남읍 명례리 도암마을 이기봉 이장은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이 정부가 10년 넘게 추진한 신공항 땜에 농사일도 제대로 못 하고 외지 투기꾼과 부동산 바람에 이래저래 마음을 많이 다쳤다"고 말했습니다.
손차숙 하남읍장은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일단락된 만큼 이제 그동안 주민들이 겪었던 혼란과 상처를 다독이고 생업에 열중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그놈의 신공항 때문에 주민들끼리 이리저리 갈라졌는데 차라리 잘 됐심더."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남 밀양시 하남읍 주민들은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응어리와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졸지에 10여 년간 부산 가덕도와 함께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에 올라 주민끼리 찬반으로 갈리고 다퉜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입니다.
23일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민들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곳은 만약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섰다면 비행기 활주로가 들어설 참이었습니다.
주민 배상헌(83) 씨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농사짓고 살아야지. 내 고향이고 살아온 터전인데 아이고 공항은 무슨…"이라고 말했습니다.
배 씨는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발표를 하던 날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마을회관에서 모여 TV를 지켜봤는데 대부분 박수를 쳤다"며 주민들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함께 있던 이금선(71)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맞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 씨는 "이제 신공항 때문에 주민끼리 서로 불편할 일이 없어져 홀가분하다"며 웃었습니다.
딸기 농사를 하는 박 모(45) 씨도 "욕심부리지 말고 농사지으면서 오손도손 살아야지요. 이곳이 얼마나 농사짓기 좋은 곳인데"라고 짧게 말한 뒤 버스에 올랐습니다.
인근 하남읍 백산리 들녘 부근에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 이야기는 내용이 좀 달랐습니다.
주민들은 10년 넘게 신공항 후보지를 놓고 시간을 끌어온 정부와 정치권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모(67) 씨는 "아예 처음부터 공항 이야기가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쓸데없이 10년간 주민들에게 바람만 잔뜩 집어넣었다"며 원망했습니다.
그는 "이곳이 신공항 부지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해서 솔직히 제대로 농사일도 못 한 주민이 많다"며 "허망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함께 있던 주민 정 모(68) 씨는 "신공항 후보지 논과 밭 곳곳이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 천지"라며 "쓸데없이 땅값만 잔뜩 올려놨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이 부동산 투기꾼들이 산 땅"이라며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마을 전신주와 버스정류장 곳곳에는 '논·밭·촌집 매매'라고 적고 부동산업소 명칭과 연락처가 담긴 전단지가 이미 낡고 색이 바랜 상태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부동산업소 한곳에 전화를 걸어보니 "지금 솔직히 전화 받을 정신이 없다. 죄송하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매매 문의를 하면서 다른 한 부동산에 전화를 걸자 "현재 전·답 한 평이 22만원 수준인데 정부 신공항 발표 후 아직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고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항 예정지 안에 700여 평 전답이 평당 19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는데 사겠느냐"며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에서는 신공항 발표 이전에 논밭 한 평에 20여만원 수준이던 땅값이 앞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고 예상했습니다.
부동산 업계와 주민들은 신공항 후보지 곳곳에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외지인 상당수가 공항 후보지와 맞붙은 김해, 창원, 부산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하남읍사무소에 따르면 읍 전체 면적 가운데 신공항 후보지로 포함된 면적은 20%인 7.2㎢입니다.
신공항 후보지 안에는 주민 830가구, 1천70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은 절반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김해에 사는 김 모(49) 씨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밀양 신공항 부지에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땅을 샀던 이들이 대박은 고사하고 쪽박 신세가 된 사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일부 '묻지 마' 투기꾼과 부동산 업자는 무리하게 땅을 사들이다 폐인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신공항이 다시 추진된 뒤 시세대로 땅을 산 사람들은 소위 '상투를 잡은 셈'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남읍 명례리 도암마을 이기봉 이장은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이 정부가 10년 넘게 추진한 신공항 땜에 농사일도 제대로 못 하고 외지 투기꾼과 부동산 바람에 이래저래 마음을 많이 다쳤다"고 말했습니다.
손차숙 하남읍장은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일단락된 만큼 이제 그동안 주민들이 겪었던 혼란과 상처를 다독이고 생업에 열중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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