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6·사진)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전화 인터뷰 내용을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진술을 담은 녹음파일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 외부 정황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남긴 육성 녹음과 성 전 회장 보좌진들이 주고 받은 메시지, 관련자 진술 등을 볼 때 이 전 총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충남지역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불법 선거자금을 받아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그 죄가 무겁다”면서도 “다만 공직에 헌신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는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 인정되지만 예외로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진술 또는 작성된 것이 증명된 때에 한해 관련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전 총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받아들였다”며 “나는 결백한만큼 모든 것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항소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작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완구 당시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녹취록이 공개돼 불거졌다.
[정주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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