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Candle). 인테리어 효과가 높고 은은한 향이 좋아 자주 찾게 되는 리빙 아이템이지만 자칫 ‘위험한 동거’가 될 수도 있다. 화재 위험보다 더 무서운 인체 유해성 때문이다.
향초의 인체 유해성을 둘러싼 논쟁이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향초에서 뿜어 나오는 그을음이 아기 콧구멍 속에서 발견되면서 유해성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미국 CBS 뉴욕은 최근 뉴저지에 사는 한 여성의 사례를 바탕으로 “향초를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피울 경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평소 향초 켜는 것을 좋아한 이 여성은 집안 곳곳에 향초를 몇 개씩 켜놓고 지내던 중 콧구멍 속에서 시커먼 그을음을 발견했다.
향초 근처에서 잠을 자던 갓난아기의 콧구멍에서도 마찬가지로 검은 점이 다수 발견됐다. 이 그을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앞서 영국 요크대 국립대기과학센터 알라스테어 루이스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 향초 등 방향제를 사용하는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어떤 휘발성 유기 화학물이 존재하는지 분석한 결과, 실내 공기에서 자동차 매연에서 생성되는 벤젠과 다양한 세정제에 쓰이는 솔잎 향기인 알파넨 등 일련의 물질이 발견됐다.
당시 검출된 가장 많은 물질은 향초와 플러그인, 방향제, 세척제 등에서 나오는 리모넨 물질로 확인됐는데 리모넨 반응 실험 결과 이는 우리 주변 모든 공기에 있는 오존에 노출됐을 때 반응을 일으켜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시 혹은 가스레인지 사용시 발생하는 폼알데하이드는 2011년 이후 발암물질로 지정된 바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향초를 지속적으로 켜는 행위가 직접 발암물질을 생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적절한 환기 조치 없이 향초를 켜면 미세먼지 농도 또한 급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 제작진이 밀폐된 공간에서 시판되는 향초를 태운 결과, 실험 시작 전에는 4마이크로그램이던 미세먼지 농도가 30분 만에 10배로 급등했다. 발암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농도도 급상승했다.
이는 호흡기가 온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기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한 캔들 전문가는 “아기가 있는 집은 천연캔들도 권하지 않는다. 아기들은 어른보다 더 민감해 향을 받아들이고 배출하는 게 더디고 힘들기 때문”이라며 “양키캔들이든 소이캔들이든 연소 시켜 그을음이 나오는 건 다 안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양키캔들은 그 자체로도 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할 경우 뚜껑 열어두고 신발장이나 화장실 같은 곳에 그냥 두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향초를 켤 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지만, 심지에 불을 붙일 경우 반드시 환기를 충분히 시켜야 하며 밀폐 공간에서의 사용은 절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향초를 제대로만 꺼도 그을음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입으로 불어 끄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사용 후에는 향초를 약간 기울여 돌려주거나 촛농을 심지에 담그면 냄새나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고 끌 수 있다. 향초 뚜껑을 닫아 끄는 것도 좋다. 캔들 워머를 이용해도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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