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서류를 꾸며 정부의 연구개발(R&D) 보조금을 받아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대학 교수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자녀의 노트북 컴퓨터, 게임기를 사주거나 자재 납품업자와 짜고 물건을 구매한 것처럼 꾸민 뒤 넘겨받은 신용카드로 골프장 등에서 1억원 가량을 쓰는 등 행태도 다양했다.
7일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재빈)는 R&D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광운대 교수 겸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A사 대표인 나 모씨(54)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연구비 2억600만원을 개인 채무 변제에 쓴 혐의로 토지·지하수 정화사업을 하는 B사 대표 이 모씨(56)를 비롯해 대학교수 공 모씨(53)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부 출연 연구비 6400만원을 가로챈 김 모씨(48) 등 교수 6명을 포함한 11명은 벌금 150만~6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나씨가 대표로 있는 A사는 그의 동생 명의로 설립한 연매출 20억 규모의 회사다. 나씨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허위 거래명세서와 연구비 지급신청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연구와 관계없는 물품 약 11억7000만원어치를 구매하고, 현금 4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편취한 총액이 15억7000만여원으로 혐의가 무거워 유일하게 구속 조치됐다.
기소된 19명 중 대학교수는 나씨를 포함해 연세대·한양대·국립환경대·평택대 등 소속 총 9명이다. 이들이 가로챈 돈 가운데 정부출연 연구비만 총 16억5216만원에 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대학교수들이 정부출연 연구비를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자재 납품업자와 공모해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만들어 빼돌리는 행태가 드러났다”며 “교수 등 연구책임자가 제출한 연구비 지출 증빙자료대로 연구물품이 납품됐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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