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는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옥천에서 70명이 자택 격리 조치됐지만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격리 대상자가 시가지를 돌아다니다가 경찰의 위치 추적에 걸렸는가 하면, 격리 통보를 받은 주민이 보건소를 항의 방문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11일 옥천군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관내서 발생한 90번째 메르스 환자(62·사망)의 동선을 분석한 뒤 그의 가족과 이웃, 의료진 등 80명을 ‘밀접 접촉자’를 정해 자택 격리 통지했다.
이 가운데 70명은 옥천지역 거주자다.
군은 지난 10일 이들을 전원 격리했다고 밝히면서 공무원 159명을 동원해 1대 1로 전담 마크하고, 하루 2차례 체온과 건강상태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리상의 허점은 첫날부터 곳곳에서 드러났다.
옥천 제일병원서 90번째 환자와 접촉해 격리된 70대 여성은 이날 오후 연락을 끊고 집을 나왔다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경찰과 옥천군보건소에 적발됐다.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이 여성은 “격리 통지서를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알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폐지를 주우러 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장비를 운전하는 50대 남성은 외출금지 지침을 어긴 채 보건소를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넘겨받은 전화번호 중 잘못된 것도 많아 관리하는데 혼선도 빚고 있다.
옥천군의 한 공무원은 “보건소에서 넘겨준 격리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이 일치하지 않거나 잘못된 경우가 수두룩했다”며 “애써 전화번호를 파악했더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연세가 많은 노인들은 ‘격리’의 의미를 몰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농촌지역 특성상 농경지를 드나드는 일이 다반사여서 통제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그동안의 메르스 감염 환자 가운데 ‘3차 유행’을 촉발한 가능성이 있는 3명의 후보군에 이 지역에서 발생한 90번째 환자를 포함했다.
그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지난 6일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열흘 동안 동네병원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여러 사람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이 그를 ‘위험군’으로 분류해놓고도 정작 또 다른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는 밀접 접촉자 관리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옥천군 관계자는 “어제는 첫날이어서 우왕좌왕한 점이 없지 않지만, 오늘부터는 격리자에 대한 밀착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관리도 중요하지만 격리 대상자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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