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에서 유통되던 가짜 명품의 60% 가량을 공급하던 '큰손' 짝퉁 공급업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9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동대문시장에서 정품가 수천억원 상당의 가짜 원단·제품을 제조·공급·유통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강모 씨(65)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 씨(62·여)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외국 명품 L사, G사 등을 모방해 가짜 원단을 제조하고 이를 이용해 정품가 기준 6300억원 상당의 짝퉁 가방·지갑 등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구속된 강씨는 동거녀인 박씨와 함께 원단 제조업자인 김모 씨(56·구속)에게 의뢰해 가짜 원단을 공급받아 또다른 김모 씨(56)에게 팔았다. 원단을 공급받은 김씨는 종업원 최모 씨(59)와 함께 짝퉁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들어 동대문시장 중개상인들에게 판매했다.
유통 과정에서 강씨 등은 5800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공급한 원단 기준으로 정품가 4700억원 상당의 짝퉁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강씨 일당은 공장이 아닌 도로 한복판에서 원단을 주고받거나 주택가 반지하에 제조 공장을 차려 단속을 피했으며, 유통된 원단과 제품은 정품과 거의 유사한 'A급' 수준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 9월부터 동대문 관광특구 주변을 집중 단속하는 과정에서 첩보를 입수해 지난 1일 공장과 주거지 등에서 강씨 등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들 공장에 보관돼 있던 정품가격 기준 1600억원 상당의 가짜 원단 328롤과 제조에 필요한 금형롤러 4점 등도 압수했다.
조사 결과 강씨 등 일당 일부는 30년 전 한 국내 가방 제조회사에서 일하며 알게 됐고, 올해 초 우연히 만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다수의 동종 전과가 있고 1999∼2003년께 처음으로 검거됐던 점을 감안해 오래전부터 동대문시장에서 짝퉁 원단과 제품을 유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동대문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짜 원단의 60%를 공급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다른 짝퉁 제조업자나 유통책들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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