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를 앞세워 서울 코앞 황해도에서 사격훈련까지 했다.
이 때문에 당일 남북 전투기 수십대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무력시위를 벌이는 아찔한 상황마저 연출됐다.
항공유가 부족하고 공군 전력이 열세인 북한으로선 대단히 이례적 모험까지 감행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에 대해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전면전을 각오하겠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즉, 북한이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전투기와 폭격기까지 동원한 군사시위를 통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북한의 도발 폭주가 7차 핵실험과 핵탄두 실전 배치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핵무력 법제화까지 끝낸 김정은으로선 핵무력을 재차 과시해 대북 확장억제 포위망을 무력화하는 시도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같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기는 커녕 미국 견제 차원에서 막무가내 감싸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시기가 '중국 공산당 당대회(10월 16일) 이후,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 이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이성적이고 호전적인 북한이 끝내 핵실험에 나설 경우 우리가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수단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핵 우산 제공 뿐이다.
B-1B, B-2B, B-52등 미국의 전략자산인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정도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마저 중국·러시아 몽니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응 만으로 북한의 핵 무력 야욕을 분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은 비대칭 전력이다.
기존의 재래식 무기로는 결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이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에서 우리도 대북핵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핵무장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과연 북한이 고도화된 핵전력으로 미국과 일본 본토 공격을 천명하고 우리를 핵공격 한다면 그때도 미국·일본의 확장억제전략이 우리의 안전보장을 위해 북을 핵으로 공격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고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려는 마당에 '말의 성찬'(No Action Talk Only·행동은 없고 말만 하는 것)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과거 세계 3위 핵탄두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과 핵공격 위협에 직면한 것도 결국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의 안전보장 약속만 믿고 섣불리 핵무장을 해제한 탓이 크다.
러시아 인접국가인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지난 5일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배치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국내에선 아직까지 핵무장 공론화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상당하다.
일각에선 "전술핵 배치나 핵개발을 공론화할 경우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시켜주고 남북은 물론 동북아 전체가 핵 경쟁 도미노에 빠질 것"이라며 우려한다.
막강한 핵전력을 갖춘 중국과 러시아가 맞대응에 나설 경우 한반도의 핵전쟁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지금처럼 미국만 쳐다보면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NDU)은 지난 2019년7월 미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한일과 전술핵 공유를 통해 더 큰 안보 확신을 제공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는 한편,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토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또한 전략폭격기, 핵항모 전개 등 확장 억제력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핵무기 운영관리에 드는 비용 일부도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공유는 검토할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민 다수도 독자적인 핵무장에 찬성하는 기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한국갤럽이 지난 9월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5%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작년 조사 때보다 무려 10%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올초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와 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선 우리 국민 응답자의 71%가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찬성하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 응답은 26%에 그쳤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북한의 핵 겁박에 공포와 우려를 느끼면서 자위 수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핵공학자인 서균렬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는 100kt급 핵무기 500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있어 이르면 6개월내에 핵 무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마키에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를 거두고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패배한다"고 했다.
핵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보복력'(Second Strike Capability) 수단으로서 존재가치가 더 큰 무기다.
이제는 우리도 찢어진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의 지긋지긋한 핵무력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때가 됐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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