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한다. 취임 50일 만에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게 되는 윤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동맹의 외연을 미국에서 유럽까지 넓히는 실리 외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일정에서 9차례 양자회담과 함께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담 ▲ 나토 사무총장 면담 ▲스페인 국왕 면담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간담회 등 총 14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해 실리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핀란드(28일)를 시작으로, 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29일), 체코·영국(30일)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캐나다 및 루마니아 정상과는 약식회동이 추진된다. 또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경제안보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도체, 원자력, 청정에너지 협력과 같은 우리 경제·안보,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순방의 본행사인 나토 동맹국 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복합적 국제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 역할 의지를 밝힐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지지와 관심도 당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 최상목 경제수석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동행하는 이유도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국제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둘째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는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목표로 하는 미국 주도의 외교 전략에 더욱 동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했다. IPEF는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견제 성격을 띠고 있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대응과 함께 새로운 전략 개념에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군사동맹인 나토의 반중·반러시아 기조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나토 정상회담 계기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삼국 간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파트너 국가로서 초청을 받았고, 집단방위보다는 경제나 기후변화 등 어떤 포괄안보 차원에서 나토 회원국 및 파트너국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심화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이 반중, 반러 정책으로의 대전환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중국은 나토의 아태 지역 국가 초청을 대중국 견제 포석으로 받아들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한국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한중 관계에 부침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 일정에 동행하며 처음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나토 정상회의의 배우자 세션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일정을 진행한다. 김 여사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8일 마드리드 왕궁에서 개최되는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29일 스페인 왕궁 투어·왕궁 유리공장·소피아 왕립미술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29일 저녁 스페인 교포 만찬 간담회에도 윤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다. 마지막날인 30일에는 왕립 오페라 극장을 찾아 리허설을 관람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번 나토 순방 동행을 계기로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 보폭을 넓힐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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