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에도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의 공개 설전과 같은 극대화된 갈등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께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회의 자리에 도착해있던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입장하는 것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표에게 다가가며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이 내민 오른손을 거부한 채로 자리에 착석했다. 멋쩍어진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지나쳐 정미경 최고위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다. 배 최고위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이 대표의 왼쪽 어깨와 등 부분을 손바닥으로 치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한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리로 들어오며 윤영석 최고위원과 이미 악수를 나눴지만 배 최고위원과만 악수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개 회의상에선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서로를 겨냥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대표는 통상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지만 이날은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당 대표실로 향했다.
앞서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지난 2주간 최고위원회의가 개최되는 월요일과 목요일 마다 부딪히는 모습을 나타냈다. 먼저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가 띄우고 있는 당 혁신위에 대해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비판한 사실이 보도됐다. 또 16일 비공개 최고위에선 이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인선안을 놓고 비판하자 배 최고위원이 "졸렬해 보인다"고 말한 것이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지도부 구성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라며 맞받아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갈등의 최정점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였다.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며 목소리를 높여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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