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 않겠다"
배 "자기가 언론에 말한 걸 왜 비공개회의 탓을 하나"
권성동, 이 대표 마이크 끄며 중재 나서기도
배 "자기가 언론에 말한 걸 왜 비공개회의 탓을 하나"
권성동, 이 대표 마이크 끄며 중재 나서기도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오늘(20일) 최고위 회의에서 공개 충돌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당 혁신위 운영방향,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등을 놓고 비공개 회의에서 설전을 한 바 있습니다.
오늘 공개 충돌의 발단은 이 대표의 선언이었습니다. 그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저는 별다른 모두발언을 할 것이 없다.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며 "회의가 공개·비공개로 나눠 진행되는데 비공개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붙여서)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가 대선 이후 최고위 모두 발언을 패스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6일에도 그는 모두발언을 패스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선대위 인선을 놓고 대립하면서 회의 모두발언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돌발 선언은 최근 비공개 최고위 회의 내용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에 따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비공개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 사지=국회사진기자단
이후 배 최고위원은 발언권을 넘겨받자 이러한 이 대표의 행동에 대해 "그동안 저희가 최고위를 할 때마다 답답했다. 그 내용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참 낯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현안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회의를 철저히 단속해서 당내에서 필요한 내부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회의 말미에 "비공개 회의는 오늘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국제위원장 임명 건 관련 의견이 있는 분은 제시해달라"며 자신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나", "제가 회의 단속을 좀 해달라고 누차 제안하지 않았나"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때 회의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던 만큼 공개 충돌 양상이 나타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잠깐만요"라고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에게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며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 상황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대표님 스스로도 많이 유출하지 않았나. 심지어 본인이 언론과 나가서 이야기한 것을 언론인들이 쓴 것을 누구 핑계를 대며 지금 비공개회의를 탓하나"라고 이 대표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어 그가 "최고위의 건전한 회의 기능과 권한에 대해 대표가 의장 직권으로 여태까지 단속을 제대로 안 했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한번 단속해볼까요"라고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를 하겠다며 두 사람간의 충돌 중재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 대표의 마이크를 끄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오늘(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간의 설전은 계속됐고 결국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돼 15분가량 진행됐습니다. 이때 이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2분 만에 이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를 향해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직격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논의 사항은 가급적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도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이래라저래라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합의된 사항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그는 "노코멘트 하겠다. 여러분들이 다 보셨기 때문에"라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집권 초기 여당에서 이런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됩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어떻게 여당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게 다 대표가 만드는 것이지, 세상에 어떻게 여당을 이렇게 끌고 가나. 집권 여당 대표가 모두발언도 안 하고 그러려면 대표를 뭐 하러 하나"고 다소 강한 어조로 이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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