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정반대로…'정권 바뀌니 수사 결과도 바뀌었다'
유족 측 추가 소송 강행 의지…"기록물 지정 자체가 위법"
유족 측 추가 소송 강행 의지…"기록물 지정 자체가 위법"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하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해양경찰청 수사 기록 등 일부 자료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실 대응 여부를 밝힐 청와대 국가안보실 보고·지시 문건 등 핵심 자료는 문 대통령 퇴임과 함께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돼 현시점에서 공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유족 측이 행정소송 등 대통령기록물 봉인을 해제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공개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1심 패소에도 핵심 자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국가안보실과 해경은 16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피살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관련 부처·보고 지시 문건 일부와 피격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해경 진술 조서를 공개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한 달 뒤 항소했고, 청와대가 보유하던 핵심 자료들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사실상 15년간 봉인됐습니다.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해당 자료에 대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및 정보열람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올해 1월 각하됐습니다. 당시는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라 대통령기록물 지정 처분이 현실화하지 않아 예방적인 집행정지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왼쪽부터) 진실 규명을 촉구 중인 유족측 김기윤 변호사,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부인 A씨, 형 이래진 씨 / 사진=연합뉴스
해경, 선원 진술 공개하며 2년 전 수사 결과 뒤집어
그런데 해경은 정권이 바뀌자 "A씨의 월북 의도를 발견 못했다"며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던 2년 전 수사 결과 발표를 뒤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해경은 1심 판결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을 밝힐 핵심 자료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방부, 해경, 해양수산부 등에서 실시간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던 자료들은 이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대통령실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인 국가안보실 자료는 15년 이내 보호기간 중에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 가능합니다.
이에 대통령실도 보도자료를 통해 "진실 규명을 포함해 유가족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족 측 "지정기록물 지정 자체가 위법"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와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 사진=연합뉴스
유족 측은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해당 자료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대통령기록관이 유족 측 청구를 받아들인다면 즉각 정보 공개가 가능하지만, 대통령기록관 자체적으로 공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 기록관이 정보공개 거부 결정을 내리면 유족 측은 다시 한 번 행정소송을 통해 문건 확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대통령실의 항소 취하가 정보 공개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유족 측의 변호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대통령실의 항소 취하로 국가가 그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행정소송이 진행된다면 대통령 기록물 지정 행위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공개해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족 측은 이와 동시에 대통령기록물법이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다소 소요되기는 하겠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유족 측이 원하는대로 정보 공개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한편, 해경이 A씨를 총격해 살해한 북한군의 수사를 중지하고, A씨의 월북이 근거가 없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수사는 대부분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A씨의 형 이씨가 문재인 정부 책임자들과 당시 해경의 수사 책임자 등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추가 수사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검찰이 해당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가안보실 자료가 핵심 증거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서울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대통령기록물 봉인이 해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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