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용퇴론·의원 징계 등 놓고 당 내 마찰
박지현 "광기에 익숙해진 민주…광야에 홀로 선 느낌"
박지현 "광기에 익숙해진 민주…광야에 홀로 선 느낌"
이른바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 당은 광기에 익숙해져 버렸다"고 쓴소리를 재차 내뱉었습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25일 밤 늦게 페이스북에서 "성폭력을 징계하겠다는 저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는 이준석 지지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고, 제 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것 같았다"며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저를 향한 광기 어린 막말이 아니라 그 광기에 익숙해져 버린, 아무도 맞서려 하지 않는 우리 당의 모습이었다"고 일갈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앞서 성비위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에 대한 조치와 화상 회의 도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처리 과정에서 '내부총질'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내부에서 비판을 받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적어도 우리가 '민주당'이라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며 "그런데 가해자 편을 드는 이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을 '내부총질'이라 폄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명백한 폭력이다. 민주당은 이 폭력 앞에 침묵했다"고 비판했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저에게 윤석열 정부의 집권은 혐오와 차별, 분열과 갈등이 가득한 암흑의 겨울과 같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하고, 여성할당제를 없애는 것이 공정이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며 "추적단불꽃의 불이라는 익명으로 활동하던 제가 마스크를 벗을 용기를 냈던 것은, 이 기나긴 암흑의 겨울을 물리쳐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우리에게 윤 대통령와 이 대표의 시대가 확장되는 것을 막는 것은, 삶의 빛을 되찾는 일이다. 생존의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라며 "우리에게 지방선거 승리는 바로 이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 당이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는 외침은, 우리가 사람답게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절규"라며 "저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만든 암흑의 겨울을 거둬내는 따뜻한 햇살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박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염치없지만 한 번 더 기회 달라"고 읍소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개인적인 차원의 발표"라고 선을 긋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전 윤호중 위원장께 같이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고,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김민석 총괄본부장에게 취지와 내용을 전하고 상의를 드렸다"고 해명하며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쓴소리에 대해 '용기 있는 말', '진지한 고민을 한 것',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반성의 목소리와 '너무 갑작스럽게 불쑥 튀어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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