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며 책을 낸 친여(親與)매체 기자가 박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입을 연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를 꼬집었습니다.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청을 출입한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어제(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월 사건 피해자님, 저를 고소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앞서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A씨가 기자회견을 결심한 데는 손 기자가 최근 출간한 '비극의 탄생'이란 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도 이날 회견에서 "지인들로부터 그 책이 인권위에서 인정받은 사실들에 대해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인정받은 제 피해 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쓰는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고, 결국 서울시장 후보를 냈으며, 지금 선거 캠프에는 저를 상처 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 등을 겨냥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손 기자는 "피해자 기자회견이 예고될 때 일부 기자들이 내 책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 기사를 썼는데 오늘 회견은 약 6개월부터 예견된 행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A씨가 자신을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한 민주당 인사들에게 사과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손 기자는 "구체적인 훈수까지 뒀다. 아무리 좋은 명분으로 포장해도 너무나 정치적인 액션을 취했다"며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손 기자는 "(피해자가) 2차 가해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냈는데 '피해자 = 거짓말쟁이'로 보는 논거들 상당수가 내 책에서 나오고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내 책은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목격자들의 증언을 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들의 말을 논박할 자신이 있으면 책에 대한 출판금지, 판매금지가처분을 걸어 법의 심판을 의뢰하라"면서 "4년 모신 시장을 고소한 마당에 듣보잡 기자 고소가 어렵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손 기자의 글을 본 진 전 교수는 "손병관 기자, 지금 뭐하는 겁니까? 미쳤어"라는 댓글을 적었습니다.
그러자 손 기자는 진 교수를 '16년전 황우석 사건 당시 같은 편에서 힘이 되어주셨던 진중권 교수님'이라 칭하며 "제가 쓴 책과 피해자 기자회견 답변을 모두 본 후 저를 꾸짖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미치지 않았고, 뇌피셜 돌리는 음모론자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은 팔려도 안 팔려도 그만인데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도 제가 저질이라고 평가 안 바뀌면 그때 또 욕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댓글로 "똥을 똥이라고 말하기 위해 꼭 찍어서 먹어 봐야 하나? 도대체 왜들 다 정신이 나갔는지.... 손 기자, 정신 차려요"라고 꼬집었습니다.
손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은 전·현직 서울시청 공무원과 피해자 측 인사들을 인터뷰해 쓴 책으로,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이란 부제와 함께 '상상도 못할 충격적 증언, 이어지는 반전'이란 홍보 문구가 붙었습니다.
[ 유송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songhee9315@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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