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재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대북제재 유연성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전을 강조한데 대해 미국 대북 전문가들은 "이 장관이 묘사한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재계 주요 인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앞으로 코로나 백신·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대북 제재의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기면 남북 경제협력의 문제는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바이든은 북한 핵능력 감축을 조건으로 정상회담 여지를 남겨두었고 대북제재 강화 완화에 적절한 배합을 통해 북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이) 대북정책에 대해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과 원칙에 입각한 대화에 대해서는 열려있지만 무력 도발과 핵·미사일 실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 장관이 묘사한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북한도 한·미가 어느 정도 양보하지 않는 한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또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비핵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미·북 양측의 의지는 고려하지 않은 가정에만 기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1일에는 '통일국민협약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종합 토론회' 축사를 통해 "우리는 화해와 소통 그리고 치유의 힘으로 온 겨레와 미래 세대들에게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고 물려줘야 할 시대적 소명에 직면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공존을 강조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KBS 뉴스9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남북 간에 코로나19 백신 공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하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