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접경지역인 러시아 하산 지역에 국제공항을 건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동북아 평화지대를 만들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시대를 대비해 남과 북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들 주변국들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박종수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평화·통일의 교두보-북중러 접경(하산) 국제공항 건설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날 박 교수가 하산 국제공항 건설 제안은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성화시켜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자는 의견이다. 또 공항이 건설돼 주변국 사람들의 왕래가 활성화되면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개발지역으로 방치돼있는 두만강과 연해주 일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북한은 경제총력노선, 한국의 신북방정책이 접합돼있는 지역"이라며 "주변국들의 이해가 합치되는 지역이라는 상징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 "안보에 민감한 러시아가 하산 지역을 하산 지역이 군사지역으로 묶어놓고, 이곳에 대한 개발의지도 약하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스위스 바젤공항(유로에어포트)을 하산 공항의 모델로 삼아야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 바젤공항이 위치한 지역은 스위스, 프랑스, 독일 3개국간 갈등지역이었다"며 "프랑스와 스위스가 공동으로 참여한 바젤 공항이 들어서면서 갈등이 아닌 협력의 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1947년 완공된 바젤공항은 현재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프랑스와 스위스가 공동 관리하고 있다.
박 교수는 글로벌 1위 노바티스 등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바젤에 자리 잡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공항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배후도시가 개발될 수 있는데, 한국형 첨단 혁신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산 공항을 정부가 아닌 민간 위주의 협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간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와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북중러 접경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와 관련국들의 개발 시도가 유엔 또는 정부 주도의 사업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바젤 공항 역시 단초는 민간이었다"며 "비정치성을 지닌 민간단체들간 초국적 협력으로 시작해 차차 지자체, 정부간 협력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유엔이 본격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중러 접경지역 개발은 북한 역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하산공항 건설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러시아 공사를 지낸 박 교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 회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통령직속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날 포럼을 동북아공동문화재단과 공동주최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산 국제공항이 현실이 된다면 중국 동북3성지역에 있는 1억명 수요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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