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9일 발표한다고 한다.
10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고 12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결정한다면 오늘 중 최종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임명 강행' 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재확인한데다,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이같은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만큼 문 대통령이 결국 여당 의견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조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이 무산되고 국정운영 전반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때 검찰 개혁에 나섰다가, 검찰이 정권의 뇌관인 '대선자금'을 수사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개혁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현 정권으로선 '뼈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권과 조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진영에서의 극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국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해 '찬성'응답은 36.2%에 그친 반면, '반대'의견은 46.8%였다.
이 조사는 지난 6일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와 검찰의 조 후보자 부인(정경심 동양대 교수) 전격 기소 결정이 반영된 여론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조 후보자 부인에 대한 검찰 기소를 놓고 '적절하다'(42.6%)는 응답이 '부적절하다'(31.0%)는 답변보다 더 많은 점이다.
여권은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행위'라고 맹비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검찰 수사에 더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 후보자 지명 이후 드러난 언행 불일치는 많은 청년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며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치 않다"고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민심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첫 법무장관에 발탁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딸을 둘러싼 '외국인특례 편법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이 문제가 문민정부 개혁의 걸림돌이 되선 안된다"며 취임 10일만에 옷을 벗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에도 서울대 총장 출신의 이기준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도 장남의 대학 부정특례입학 의혹 등이 제기되자 취임 사흘 만에 사퇴했다. 두 사람 모두 정권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용퇴한 것이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거취를 놓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국민들의 억장은 또 한번 무너지고, 역사에도 치명적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보호'에 끝까지 매달리는 순간, 이 문제는 조 후보자 개인을 넘어 정권 차원의 도덕성으로 비화하고 결국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이 닦아주겠다는 눈물이 평범한 국민들이 아닌, 특권과 반칙을 일삼은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의 눈물이 되선 결코 안된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지금이라도 조 후보자에 대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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