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서 '음주 추경 논의'를 해 비판을 받고 있는 자당 소속 김재원 의원에 대해 엄중주의 조치를 했다. 황 대표의 이같은 조치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주관하는 직책을 맡은 예결위원장으로서 음주는 부적절했다는 국민적 공분과, '친박(친박근혜계)' 중심 인선에 대한 당내 비판을 함께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난 3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당에서 확인한 결과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일과시간 후 당일 더 이상의 회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인과 저녁식사 중 음주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황교안 당대표는 예산심사기간 중에 음주한 사실은 부적절한 것으로 엄중주의조치 했다"고 밝혔다. 김재원 의원은 추경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1일 밤 술을 먹고 국회로 들어와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의원에 대한 황 대표의 '엄중주의조치'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일정부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당 차원에서 '일과시간 후 당일 더 이상의 회의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김재원 의원의 해명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1일은 원내 교섭단체 3당이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날로, 하루 종일 추경 삭감규모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다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 연기가 반복됐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더 이상 회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는 당내 비판세력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의원이 기존 내정자였던 비박 황영철 의원을 제치고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 친박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 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 조치 없이 넘어갔다면 비박을 중심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며 이례적으로 공개발언을 통해 일부 당내 비판세력을 향해 엄중경고하기도 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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