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와 조선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대결이 9월 정기국회에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경기 하락 등 만만치 않은 경제 여건 속에서 국회가 정쟁만을 거듭하면서 ‘민생 발목잡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단독 입수한 ‘새누리당 상임위별 정책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상법개정안, 법인세 인상 등 41개 주요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에서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 2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됐고, 새누리당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향후 전략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지난 11일 경제민주화·검찰개혁·민생·청년일자리 창출 등 8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36개의 ‘2016년 제1차 주요법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보고서에 담긴 더민주 중점 법안에 대한 대응전략에 따르면 대부분 쟁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만큼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국민의당은 오는 31일 당 워크숍에서 이번 정기국회 정책 기조와 우선처리할 법안을 발표한다.
여야가 ‘정면충돌’할 주요 이슈로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상법 개정안 ▲최저임금 ▲법인세 ▲지방재정(누리과정 예산) ▲공영방송 지배구조 ▲세월호 특별법 등 7개 분야로 요약된다. 특히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책 경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대선 공약으로 포함될 가능성도 높은만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의 여야 기싸움은 ‘대선의 이슈 전초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이슈로는 야권에서 제기하는 ‘법인세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는 ‘수입 금액 5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이미 제출해둔 상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보고서를 통해 경기 활성화에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고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수용 불가’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필요시 대기업·고소득자 비과세·감면 축소’로 여지를 남겨둔 새누리당은 ‘야당이 집권했을 때에도 법인세를 인하했다’는 논리로 역공에 나설 전망이다. 새누리당 보고서에 따르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법인세가 40%에서 36%로 4%P 인하됐고, 참여정부 때에는 법인세가 36%에서 35%로 1%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 논란에 대해 ‘비과세 감면 등을 정리해 실효세율을 조정하고 명목세율 인상은 재정이 부족할 경우에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야권의 공세를 새누리당이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대표소송제도 개선·전직 임·직원 이사취임제한 기간 5년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자·서면투표제 단계적 의무화·다중대표소송 도입·다중장부 열람권 신설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소수주주 보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경영권 위협 발생 사례가 증가하고 경영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원칙적 반대’ 입장을 밝힌 정부와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최저임금 이슈의 경우 야권이 “2020년까지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경기 하락을 감안해 근로장려세제 개편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대 국회 초반 치열한 ‘난타전’을 펼친 지방재정(누리과정 예산) 이슈에 대한 야권의 공세 수위 역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민주는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교부율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역시 “2017년도 예산부터 전액 국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지방교부세율·지방소비세·지방세 감면비율 등 쟁점에 대한 정부·여당 입장 조율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최근 ’국회 검찰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한 야3당이 주장하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원칙적 반대’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상설특검·특별감찰관 제도가 이미 시행중이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총선 당시 발표했던 20개 핵심 공약과 최근 내놓은 정책 제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선정한 상태다. 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공정경쟁을 위한 대기업정책’, ‘청년 의무고용 강화’,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부담 완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등을 핵심 추진 정책으로 내세웠다. 또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국민의당은 ‘생활형 정책 제안’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눈치 보지 않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제도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출산전후 휴가기간을 ILO(국제노동기구) 권고기준인 120일로 확대, 남성 유급육아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후 해고 금지 등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강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