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서 정작 중요한 이해충돌방지규정은 삭제되고 권력자의 범위에 추가로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시켜 이들의 행동을 투망식으로 통제하는 법률로 변질됐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란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원래의 취지대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김영란법 원안은 공직자가 직무수행에서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부정청탁 자체만을 일반적으로 규제하는 별도의 입법례는 거의 없다”면서 “원안에 명시된 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공직자의 직무관련 외부활동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제한, 소속 공공기관 등에 가족 채용 제한 등 이해충돌방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과 정당, 시민단체 등에게만 합법적인 청탁 권리를 허용한 김영란법 제5조 제2항 제3호를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할 때는 부정청탁의 예외로 보고 처벌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를 두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태우 변호사는 “예외적 인정으로 인해 온갖 경계선 상의 청탁 사항이 쇄도할 우려가 있어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도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이 ‘청탁특권법’으로 변질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김영란법에 사립교원과 언론계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언론계와 교육계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고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효를 언급한다고 하여도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민간언론인이 공무원은 아니며 또 다른 관점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적 성격을 갖는 민간영역 가운데 왜 언론은 적용대상이 되고 변호사나 의사 등은 되지 않는지 비교집단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김영란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확대가 실제로 적용대상들의 부정청탁 등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확보와 연계되지 못할 경우에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으므로 차라리 선택과 집중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는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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