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일관성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정체성’ 논란에 시달리면서 최대 위기에 빠졌다. 국민의당은 ‘강력한 제3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지는 미지수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백범 김구 묘역을 참배하고 여의도 광복회에서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씨를 만났다.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1주일 만에 역사인식 논란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 또한 뒤죽박죽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획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단체가 주관하는 길거리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전대미문의 기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최원식 대변인이 전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최 대변인은 “대통령이 길거리로 나간 것은 웃음거리”라고 뒤늦게 맞장구를 쳤다.
당 내부 의사소통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최 대변인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주승용 무소속 의원은 내일(20일) 의원단 회의를 시작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했지만, 주 의원은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지역구에 내려와 있어 의원단 회의는 못 간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당 인사들은 주 의원이 불참한다는 사실을 회의 시작 10여분 전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의원단 회의에서 당론이 결정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의원단 회의에서 국민의당은 쟁점 법안 관련 당론 논의를 21일 밤으로 미뤘다. 최 대변인은 “지도부가 구성되면 지도부 중심으로 논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가 탈당 움직임도 잠잠해지면서 교섭단체 조기 구성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철수 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양당 담합 카르텔을 깨고 강력한 3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안 위원장은 또 “우리는 새누리당 지지율을 30% 밑으로 내려가게 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천근아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를 당 아이들미래위원회 대표로 임명하는 등 인재 영입 경쟁에 힘을 쏟았다.
국민의당은 향후 당 정책 기조를 결정할 원내대표를 21일 밤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문병호 의원과 당 합류가 예상되는 주승용 의원이 원내대표직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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