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간 단발! 사격 개시!”
교관 지시가 떨어지자 김윤아 숙명여대 학생군사교육단(ROTC) 예비후보생은 배운대로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천천히 뱉어내며 K2 소총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사격이라 긴장도 되고, 영하의 날씨 탓인지 손가락에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표적지 중앙을 응시하는 눈빛 만큼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탕탕탕!” 8발의 총알이 모두 표적지 한 가운데를 뚫었다.
김 후보생 사격을 지켜보던 여자 훈육관이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려 빨간 모자를 깊이 눌러쓴다. 경기도 연천 25사단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숙대 ROTC 선배인 박진아 중위다.
충북 괴산에 있는 육군 학생군사학교에서는 여자 245명을 포함한 4096명의 ROTC 후보생 동계훈련이 한창이다. 여자 ROTC 후보생은 모두 숙대, 성신여대, 대전대 등에 다니고 있는 2, 3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남자 ROTC 후보생들 사이에 섞여 제식·사격·행군 등 기초군사훈련을 똑같이 받고 있었다.
지난 7일 충북 괴산에 있는 육군 학생군사학교를 찾았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날이다.
학생군사학교에서 만난 여자 후보생들에게 틈날 때마다 “왜 군인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그냥 나라를 지키고 싶은건데, 왜 다른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되물었다.
앳된 얼굴의 김윤아 후보생은 “비록 오늘 처음 총을 쏴봤지만, 내일이라도 나라가 부르면 기쁜 마음으로 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발적으로 탄탄한 안보관을 갖게된 젊은이들을 ‘신(新)안보세대’라고 부른다. 그 중심에 안 가도 되는 군대를 가지 못해 안달인 여학생들이 있다.
북한 핵실험과 같이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일어나도, 남의 일처럼 여기는 대다수 젊은이들의 느슨한 안보의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배석진 학생군사학교 정훈공보실장(소령)은 “여자 후보생 중 60~70% 정도가 15년 장기복무를 희망하고 있다”며 “ROTC를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 수단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기복무를 할 계획인 27살 박진아 중위는 “올해 여군 1만명 시대가 열리게 된다”며 “모두 최전방이든 어디서든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용어설명 = 신안보세대: 2010년 3월과 11월 잇따라 벌어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고 강경한 대북 안보관을 갖게 된 2030세대.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 일부 장병들이 전역 연기를 신청하거나, 예비군들이 군복·군화 사진을 보여주며 “불러만 달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충북 괴산 = 이유섭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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