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이 구치소에 수감된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국정원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이제 한 정점을 지난 듯합니다.
체포동의안 통과와 강제구인, 그리고 구속영장 발부와 구치소 수감까지 그 모든 것들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진보 진영은 어땠을까요?
이석기 의원은 어제 구치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이 도둑놈들아! 내란음모사건은 조작이다. 이런 폭력적인…"
'도둑놈들아'라는 욕설은 누구를 향한 말이었을까요?
자신에게 '내란 음모'라는 누명을 씌워, 의원 뱃지를 뺏어가려 하고, 자신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국정원을 향했던 말이었을까요?
아무 의미 없이, 그냥 흥분 상태에서 던진 말이겠지만 그 의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석기 의원에게 도둑놈은 분명히 '국정원'이고, 그 국정원 너머에 있는 미 제국주의일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에게 있어, 또 진보진영에서 이석기 의원 당신 역시 '도둑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이석기 의원은 훔쳐갔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이 생명인 진보진영에서 이석기 의원은 그 진정성을 훔쳐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당신에게 분노하고, 진보진영은 이석기 의원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틈만 나면 진실과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8월29일)
- "진실의 부싯돌은 부딪힐수록 더욱 커진다. 국기문란 국정원이 진보·민주세력에 유사 이래 있어본 적 없는 엄청난 탄압 책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탄압이 거세면 거셀수록 민주주의 불길은 더욱 커질 것이고 종당에는 국정원이야말로 무덤에 파묻힐 것이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이 말한 진실과 정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과 정의와 다른 듯합니다.
이석기 의원이 말한 진보, 민주세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보, 민주세력과 다른 듯합니다.
한때는 이석기 의원 역시 그 진보 민주세력과 같은 배를 탄 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진보 민주세력은 이석기 의원과 철저히 선긋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건 이석기 의원 스스로입니다.
과거 70~80년대 독재에 맞선 사람들은 진보나 민주라는 이름으로 한 울타리에 있던 동지들어었습니다.
80년대 후반 남북 분단에 천착한 민족민주 NL 계열이나, 노동 문제에 천착한 민중민주 PD계열 모두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니까요.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이석기 의원과 그 세력은 그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화석화됐다는 뜻입니다.
30년 전 사고를 갖고 북한의 세습과 핵개발을 묵인하는 것도 모자라 정당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2013년 진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진보의 힘은 진정성과 공감입니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이 보여준 행동 그 어디에서도 진정성이나 국민과 공감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녹취록이 100% 날조라고 했다가, 슬그머니 모임은 있었지만, 강연만 했다고 또 거짓말하는 모습, 총기탈취와 시설파괴 같은 말은 짜깁기라고 했다가 뒤늦게 '농담'이었다고 황당하게 해명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결코 그에게서 진정성과 공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진정성과 공감의 상실이 이 의원과 통진당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분명히 그들과 선 긋기를 해도, 한때 그들을 품어줬던 진보진영은 마치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처럼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난해 총선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며 많은 이들은 '진보는 죽었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이제 진보는 무덤 속에 파묻어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한쪽 날개가 꺾인다면 날 수 없습니다.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날개로 진화합니다.
한쪽이 무너지면 비정상적 사회로 갈지도 모릅니다.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는 그래서 한몸이고, 그래서 균형이 잡혀야 합니다.
그 균형은 이석기 의원 사태로 깨져버렸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태를 바라보며 진보진영이 우려하는 건 혹여 이 불균형이 고착화할까 하는 점입니다.
'도둑놈들아'를 외친 이석기 의원의 잘못된 도둑질 때문에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지난주 목요일 국정원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이제 한 정점을 지난 듯합니다.
체포동의안 통과와 강제구인, 그리고 구속영장 발부와 구치소 수감까지 그 모든 것들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진보 진영은 어땠을까요?
이석기 의원은 어제 구치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이 도둑놈들아! 내란음모사건은 조작이다. 이런 폭력적인…"
'도둑놈들아'라는 욕설은 누구를 향한 말이었을까요?
자신에게 '내란 음모'라는 누명을 씌워, 의원 뱃지를 뺏어가려 하고, 자신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국정원을 향했던 말이었을까요?
아무 의미 없이, 그냥 흥분 상태에서 던진 말이겠지만 그 의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석기 의원에게 도둑놈은 분명히 '국정원'이고, 그 국정원 너머에 있는 미 제국주의일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에게 있어, 또 진보진영에서 이석기 의원 당신 역시 '도둑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이석기 의원은 훔쳐갔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이 생명인 진보진영에서 이석기 의원은 그 진정성을 훔쳐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당신에게 분노하고, 진보진영은 이석기 의원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틈만 나면 진실과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8월29일)
- "진실의 부싯돌은 부딪힐수록 더욱 커진다. 국기문란 국정원이 진보·민주세력에 유사 이래 있어본 적 없는 엄청난 탄압 책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탄압이 거세면 거셀수록 민주주의 불길은 더욱 커질 것이고 종당에는 국정원이야말로 무덤에 파묻힐 것이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이 말한 진실과 정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과 정의와 다른 듯합니다.
이석기 의원이 말한 진보, 민주세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보, 민주세력과 다른 듯합니다.
한때는 이석기 의원 역시 그 진보 민주세력과 같은 배를 탄 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진보 민주세력은 이석기 의원과 철저히 선긋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건 이석기 의원 스스로입니다.
과거 70~80년대 독재에 맞선 사람들은 진보나 민주라는 이름으로 한 울타리에 있던 동지들어었습니다.
80년대 후반 남북 분단에 천착한 민족민주 NL 계열이나, 노동 문제에 천착한 민중민주 PD계열 모두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니까요.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이석기 의원과 그 세력은 그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화석화됐다는 뜻입니다.
30년 전 사고를 갖고 북한의 세습과 핵개발을 묵인하는 것도 모자라 정당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2013년 진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진보의 힘은 진정성과 공감입니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이 보여준 행동 그 어디에서도 진정성이나 국민과 공감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녹취록이 100% 날조라고 했다가, 슬그머니 모임은 있었지만, 강연만 했다고 또 거짓말하는 모습, 총기탈취와 시설파괴 같은 말은 짜깁기라고 했다가 뒤늦게 '농담'이었다고 황당하게 해명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결코 그에게서 진정성과 공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진정성과 공감의 상실이 이 의원과 통진당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분명히 그들과 선 긋기를 해도, 한때 그들을 품어줬던 진보진영은 마치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처럼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난해 총선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며 많은 이들은 '진보는 죽었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이제 진보는 무덤 속에 파묻어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한쪽 날개가 꺾인다면 날 수 없습니다.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날개로 진화합니다.
한쪽이 무너지면 비정상적 사회로 갈지도 모릅니다.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는 그래서 한몸이고, 그래서 균형이 잡혀야 합니다.
그 균형은 이석기 의원 사태로 깨져버렸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태를 바라보며 진보진영이 우려하는 건 혹여 이 불균형이 고착화할까 하는 점입니다.
'도둑놈들아'를 외친 이석기 의원의 잘못된 도둑질 때문에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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