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누구나 사심(私心)이 존재한다. 고로 좋아하는 사람은 자꾸 보고 싶고 뭐든 다 잘 어울릴 것만 같다. 이놈의 사심 덕분에 팬픽이 탄생, 큰 이슈를 일으킨 적도 있다. 이처럼 좋아하는 작품에 사심 담긴 스타가 등장한다면 금상첨화에 일석이조다. 영화감독들이 고심해 차린 밥상(영화)에 슬쩍 숟가락을 얹듯, 오직 편집자의 ‘사심’을 가득 담아 새로이 밥상(재캐스팅한 영화)을 다시 차리려 한다.
<편집자 주>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니들이 청춘 맛을 알아?”
지난 1월 22일 개봉한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청도를 뒤흔든 불타는 농촌로맨스를 그린 영화야. 농촌로맨스가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보다 대세로 불리는 배우 이종석과 박보영, 김영광, 이세영이 등장해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와 능청스러움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줬어.
특히 주로 시크하고 신비로운 역을 도맡았던 이종석이 카사노바로 등장했잖아. 정갈하게 가른 5대5머리와 능청스러운 말투, 여심을 사로잡는 손기술.…말 그대로 충격 변신 그 자체였잖아. 박보영도 귀엽고 깜찍함을 과감히 버리고 여자 일진 영숙으로 분해 욕 연기부터 싸움까지 질풍노도의 청춘을 대변했지.
영화의 제목답게 사랑, 우정, 열정 등 모든 것에 피끓는 청춘의 모습은 공감과 추억을 떠올리게 했지. 20대 배우 못지않게 권해효와 라미란, 김희원의 활약도 대단했어. 이들 역시 사랑과 인생에 피끓으며 사는 모습이 교훈까지 줬다니까. 누구나 청춘을 지나 성장하고 다 한 번씩은 무언가에 피끓는 것을 보고 할배와 할매의 청춘은 어땠을까가 문득 생각났어. tvN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 KBS2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를 보면 중년 배우들이 등장해 삶의 지혜도 주고 웃음도 주잖아.
만약, ‘피끓는 청춘’이 아니라 ‘피끓는 할배, 할매’라면 재미도 잡고 교훈도 잡고 그러지 않을까?
나의 사심을 가득 담아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분), 여자 일진 겸 중길바라기(?) 영숙(박보영 분), 영숙바라기 남자 일진 광식(김영광 분), 새침한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 분) 역을 할배와 할매로 새롭게 캐스팅해봤어. 기대되고 궁금하지?
뭐니 뭐니 해도 연예계 대표 욕 연기는 김수미가 으뜸이지. 이미 김수미는 다양한 작품에서 물오른 욕 연기를 선보였잖아. 그냥 카메라만 바라봐도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강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여리고 풍부한 소녀감성을 지닌 영숙보다 김수미의 소녀감성이 더 풍부할걸? 정준하를 능가하는 콧소리도 이미 검증됐기에 영숙 역에는 김수미가 딱이야.
사진=스틸
능청스러움과 눈빛이 매력인 중길 역에는 이병준이 어울려.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며느리를 들들볶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애교쟁이인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어. 패션센스도 남달랐잖아. 한껏 위로 올려 세운 머리가 5대5 가르마의 중길과 닮았어. 이종석보다 더욱 농도 짙은 능청스러움은 기본이고 애절한 눈빛은 보너스로 발사하기에 중길 할배로 변신이 가능해.영숙바라기이자 남자 일진 광식 역에는 ‘꽃보다 할배’의 막내 귀요미 백일섭이야. 이름만 들어도 벌써 귀엽지 않아? 귀요미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광식과 거리감이 있어 보이기도 할 거야. 그러나 살인미소 속, 숨은 ‘욱함’으로 반전을 안기기에 묘하게 어울릴 것 같아. 음주를 좋아하는 건 이미 방송에서도 공개됐기에 한손에는 소주팩을 들고 김수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사진=스틸
새초롬하지만 숨은 반전으로 입을 쩍 벌어지게 하는 소희 역에는 차화연이 어울려.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닌 차화연은 부잣집 사모님부터 반찬가게 주인까지 극과 극 캐릭터로 열연 중이야. 외모로 봤을 때는 소희 역을 이세영보다 더 새침하고 도도해. 그러나 소희는 도도하면서 거친 반전 인물이잖아. 만약 이 반전을 차화연이 소화한다면 영화가 끝나기까지 계속 여운을 남길 거야. 분명해.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