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D램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4분기 D램값이 13~18%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락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부터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수요가 줄면서 공급 업체의 재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D램값 하락 폭은 3분기 10~15%에서 4분기 13~18%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종류별로 보면 4분기 PC D램값은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DDR4·DDR5값이 각각 13~18%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DDR5 보급률이 소폭 상승하면서 전체 가격 하락률이 낮아졌다.
서버 D램값은 13~18% 하락한다. DDR4는 13~18%, DDR5는 25~30%의 하락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의 클라이언트 서버 공급자의 구매가 줄자 제조사들이 북미로 눈을 돌렸지만, 생산량이 효과적으로 소화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모바일 D램의 경우 스마트폰 브랜드 연간 생산량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제조사들이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가격이 13~18%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 그래픽 D램과 소비자용 D램 모두 10~15% 하락이 점쳐진다.
그래픽 D램은 GDDR6 8GB, 16GB 제품의 수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트렌드포스는 8GB 제품을 삼성과 SK하이닉스 두 곳에서만 생산하고 있어 양사가 가격을 깎으며 수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용 D램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량 하향 여파로 한국 제조사들이 기존 공정을 이미지센서(CIS)로 전환하는 속도를 늦췄고, 소비자용 D램 공급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 됐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 세계 D램 시장은 지난 5월 성장세가 꺾인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침체를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 지출을 줄이고 있다"라며 "세트업체는 기존에 축적한 재고를 소진해야 하므로 D램 주문을 줄이고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채민숙·박상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D램은 두 자릿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져도 분기 D램 출하량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서면 업황 개선의 첫 번째 시그널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D램 시장 불황은 D램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까지 집계한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313조6985억원, 영업이익 52조4190억원으로, 3개월 전(매출 324조5884억원, 영업이익 62조1293억원) 보다 떨어졌다.
메모리 사업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51조4696억원, 11조6817억원으로 세 달 전(59조7787억원, 16조5069억원)과 비교해 더 크게 감소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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