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 상승과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 탓에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코로나 팬데믹 수준으로 크게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82로, 전월(86)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작년 2월(76) 이후 1년 4개월만에 최저치이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지수화한 통계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는 100을 밑돈다. 업황 실적 BSI는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지난 4월 전달(83)보다 3포인트 오른 86으로 반등한 뒤 5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원자재가격과 물류비 부담 가중, 물가 상승세 지속과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의 체감 업황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달보다 업황이 나빠졌다.
제조업 업황 BSI(83)는 전월대비 3포인트,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업황 BSI(82)는 4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세부 업종 가운데 특히 원자재 가격 부담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에 영향을 받은 비금속광물(-18포인트), 원료가격과 제품가격 차이가 축소된 화학제품(-15포인트), 원자재가격 부담이 가중된 전기장비(-12포인트) 등의 하락 폭이 컸다.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3포인트 하락했고, 내수기업(-1포인트)보다는 수출기업(-7포인트)의 체감 경기가 더 크게 나빠졌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유류비 등 원자재 가격 강세와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운수창고업(-9포인트), 건설업(-7포인트), 도소매업(-6포인트)의 업황 실적 BSI가 낮아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원자재가격 상승을 꼽았다. 제조업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을 답한 비율이 36.6%로 가장 높았고 불확실한 경제상황(15.9%), 인력난·인건비상승(9.4%) 순이었다. 비제조업도 3개월 연속 원자재가격 상승(17.8%)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택했다. 그동안 비제조업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보다 불확실한 경제상황, 인력난·인건비 상승, 내수부진 등이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혀온 점을 감안하면, 원자재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7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지수(82)도 5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3월(78)이후 1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83)에서 4포인트, 비제조업(81)에서 5포인트 떨어졌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6월 경제심리지수(ESI)는 5월보다 4.2포인트 낮은 102.5로 집계됐다. ESI는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과거 평균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가운데 2800개 기업(제조업 1653개·비제조업 1147개)이 설문에 답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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