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0년 2개월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집계되며,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의미한다. 전달(3.3%)과 비교하면 0.6%포인트 오른 것으로,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증가폭으로도 최대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현재의 물가 흐름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 식량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도 크고, 개인서비스나 외식 등 생활물가와 체감물가가 높은 점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를 넘어선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4.1%)부터 2009년 7월(4.1%)까지로 줄곧 4%를 넘었다. 또한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본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겹친 2011년 3월(3.9%)부터 2012년 4월(3.9%)까지 1년 넘게 4% 초반을 기록했다.
2022년 6월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을 보면, 석유류제품(82.5%)이 가장 높았고 농축수산물(44.2%), 공공요금(31.4%) 순이었다. 전월에 비해서는 석유류제품(11.7%포인트), 농축수산물(5.5%포인트)의 응답 비중이 증가한 반면, 공업제품(4.9%포인트), 집세(4.0%포인트) 비중은 감소했다.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인식도 4.0%로 집계되며 한 달 만에 0.6%포인트나 뛰어올랐다.
한편,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작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전달(102.6)과 비교하면 6.2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달에는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 모두 전월과 비교해 하락했다..
황 팀장은 "체감 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도 나빠졌다"면서 "다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매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가 받쳐준다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유류세 인하 등 물가 대책도 체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주택가격 전망은 하락으로 돌아섰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전달보다 3포인트 오른149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세웠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돈다.
반면, 주택가격전망지수(98)는 전달보다 13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2월 97로 100을 하회한 이후 4개월만에 다시 1년 뒤 집값 하락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황 팀장은 "대선 전에는 부동산 정책 변화, 대출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로 잠시 올랐지만, 금리가 계속 올라 이자 부담도 커진데다 매물과 거래량은 줄고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으로 심리가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이달 조사는 지난 13∼20일에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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