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96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오는 9월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내년부터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보다 무려 40.3% 증가했다. 전분기(909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60조원 가량 늘었다. 또한 1분기말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대출은 88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조원)에 비해 30.6% 증가했다. 취약차주 수도 31만6000명으로 전분기(28만1000명) 보다 3만명 넘게 불었다.
한은 관계자는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은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이후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 등 자영업자 채무상환위험이 증가할 경우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취약차주 비중이 높고 담보·보증 대출 비중이 낮아 자영업자대출의 채무상환위험 증가시 이들 업권의 대출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매년 대출금리 0.5%포인트 상승,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9월 종료, 손실보전금 가구당 600만원 지급을 가정해 자영업 가구의 DSR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영업자 채무상환위험이 올해까지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 이후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지원조치가 종료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매출 회복 및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에 힘입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위험은 다소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내년에는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되는 데다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소멸됨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위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자영업 가구의 DSR은 올해 38.5%에서 내년에는 46.0%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분위별로는 저소득(하위 30%) 가구는 올해 34.5%에서 내년에는 48.1%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됐다. 중소득(40~70%) 가구는 같은 기간동안 38.6%에서 47.8%로, 고소득(상위 30%) 가구는 39.5%에서 44.4%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자영업자대출 확대가 단기적으로 자영업자 자금난 해소에 기여했으나 장기적으로 금융불균형 누적, 회생불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지연, 잠재부실의 이연·누적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금융지원 조치가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DSR 변화를 시산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지원조치로 인해 저소득(하위 30%) 가구의 DSR이 4.6%포인트(43.4%→38.8%), 고소득(상위 30%) 가구의 DSR은 0.8%포인트(40.3%→39.5%)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이 상당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폐업률은 소폭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률은 2019년 12.1%였으나 2020년에는 10.9%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 중심에서 채무이행 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지원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비은행금융기관들이 자영업자대출 취급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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