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 키락 버텍스홀딩스 최고경영자(61·사진)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의 창업자들을 향해 이 같은 정신무장을 당부했다.
버텍스홀딩스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의 자회사로 지난해 최초로 한국 업체인 버킷플레이스에 투자해 주목을 받은 벤처캐피털(VC)이다. 버텍스홀딩스에 참여하기 전 미국에서 창업가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해온 이 백전노장은 최근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벤처업계에 '혹한기'를 몰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 같은 새 각오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금의 위축 국면은 IT 거품이 빠지는 중간단계로, 9~12개월 가량 더 지나봐야 저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초까지 거품 조정 과정이 지금보다 더 급격한 속도로 우하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기업가치는 숫자에 불과하다. 시장 위축 국면에서 창업자들이 가치 절하에 괴로워하면 안 된다. 오로지 (투자 유치 때 약속한) 비즈니스 구축과 성장에만 집중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30여년 간 벤처 업계의 등락을 경험해 온 그에게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천문학적 유동성이 일으킨 벤처 업계 거품은 당연한 현상. 그는 벤처 호황기에서 VC들의 심리를 '나만 투자를 하지 않는 소외의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으로 설명하며 미국만큼이나 한국 벤처 업계의 거품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팽창기에는 너도 나도 FOMO 심리로 투자에 적극 나서지만 지금과 같은 위축기는 반대로 '나만 발을 빼지 못하는 두려움'(Fear Of Last Out·FOLO) 심리가 VC들에게 작동하죠.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발을 빼는 거죠. 미국이든 한국이든, 시장 사이클이 이렇게 늘 바뀌는데 창업자들이 당시의 숫자(기업가치 거품기)를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져선 안 되죠."
그는 FOLO 국면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창업자들이 투자 유치 초기 약속했던 사업 고도화와 성장 여력 확충에 진력한다면 업사이클 국면에서 분명히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텍스홀딩스가 지난해 투자한 버킷플레이스 역시 이 같은 당부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버킷플레이스는 인테리어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오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에 보다 보다 공격적인 해외진출 노력을 당부했다.
"한국 시장을 보면 흥미롭고 놀라운 지점을 발견하게 돼요. 5000만명 규모의 작은 시장인데 한류 콘텐츠는 세계를 압도하고 있죠. 반면 한국 스타트업에서 이 같은 한류의 글로벌 스피릿을 발견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무조건 한국이 아닌 더 큰 해외 시장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버킷플레이스를 잇는 후속 투자 계획이 한국 시장에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상 업체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투자 사례를 아주 빨리(very soon) 보게 될 것"이라고 매일경제에 귀띔했다.
"제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기술 시장에서 거품 조정(reset)은 항상 옳은 결과(always good)를 만듭니다. 떨어지는 숫자(기업가치)에 낙담하지 말고 성장 노력을 경주하면 잃어버린 숫자는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이재철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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