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당에 가도 밥값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서울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5년 차 직장인 A씨. 넉넉하지 않은 연봉이나마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대거 저축하고 있다는 그는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말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A씨는 "한동안 도시락을 싸 들고 다녔는데 이젠 장 보기도 쉽지 않아졌다"며 "혼자 먹을 때는 간단히 해결하려 종종 편의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타 업체와의 미팅을 핑계로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직군도 아니다"라며 "지갑이 얇으니 선택권은 없다"고 덧붙였다.
식품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외식은 물론, 장을 보는 데도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한 끼 식사를 저렴하게 해결하고자 편의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점심(lunch)'과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 현실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3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오피스가에 위치한 편의점 CU 점포에서 삼각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8.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다음으로는 ▲도시락 27.1% ▲컵라면 24.6% ▲줄김밥 23.7% ▲샌드위치 19.3% 순으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U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사무실 출근을 재개한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비용에 부담을 느껴 편의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외식 물가 상승이 심각하다는 게 CU의 분석이다.
한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직장인 B씨는 "회식은 줄었어도 가까운 후배들과는 종종 점심을 같이 먹는다"며 "직장 상사인 만큼 대개 밥은 사주는 편이다. 내색은 안 해도 늘어난 지출을 보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식품물가 상승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로 연일 가속화되고 있다.밀과 옥수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면서 국제 시장 공급량이 감소한 데다 그 여파로 육류와 식용유 등의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어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보다 4.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돌았다. 통계청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39개 외식 품목의 가격이 모두 작년 말보다 상승했다.
외식물가지수를 1년 전과 견주면 상승 폭은 더 크다.
올해 3월과 4월 각각 6.6% 상승한 데 이어 5월에는 전년 대비 7.4%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지난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외식물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단체 저녁 회식 등 외식 수요가 살아난 데다 물류비·배달비 상승 등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식품업계 관계자 C씨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들어가면서 밀·옥수수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가 처음 나온 게 올해 2~3월"이라며 "그때는 재고 비축분이 충분치 않은 소상공인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최근엔 기업들도 부담이 가중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