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직장인 A씨는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친구 B씨와 함께 보러 가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탓에 한동안 공연장을 찾지 못한 만큼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좌석에서 볼 생각이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좋은 좌석을 찾기 어려웠던 A씨는 친구의 조언으로 중고거래 앱에 들어갔다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뮤지컬 예매티켓 판매글에 놀랐다.
A씨는 "판매자 한 명이 여러 날짜의 티켓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특정 공연날 8장이 넘는 티켓을 갖고 있기도 해 바로 '꾼'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티켓 대부분이 예매 가격에 웃돈을 붙이는 프리미엄, 일명 '플미'가 있어 평균 60% 정도 더 티켓 가격이 비쌌다"고 설명했다.
11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사실상 고사상태였던 공연업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풀리면서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라이선스 뮤지컬 등 대형 공연이 잇따라 시작되면서 다수의 공연 티켓을 예매한 뒤 높은 웃돈을 붙여 되파는 암표 거래가 횡횡하고 있단 점이다.
팬층이 두터운 뮤지컬 배우 홍광호 씨, 김준수 씨 등이 출연해 최근 예매 붐이 일고 있는 뮤지컬 데스노트의 경우 이날 기준 중고나라에서의 판매 관련 게시글만 170여 건에 달한다. 특정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일자엔 웃돈이 티켓 가격만큼 붙는다. VIP 티켓 가격은 장당 15만원이지만 '플미'가 붙어 VIP 티켓 두 장에 50만원인 식이다.
관람객들은 이 같은 행태가 부당하단 걸 알면서도 원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플미 티켓'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시간이나 인기 배우가 나오는 공연은 티켓을 구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관람객의 예매가 어려운 이유는 예매가 몰리는 탓도 있지만 '매크로' 때문이다. 과거엔 부득이하게 공연장을 찾지 못할 거 같은 관람객이 '양도' 방식으로 정가 또는 약간의 웃돈을 붙여 예매 티켓을 재판매했다면, 지금은 불법 예매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으로 예매한 뒤 이를 되파는 식의 '꼼수'가 이뤄진다.
반복 작업을 하는 매크로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면 빠르게 대량으로 공연 티켓을 예매할 수 있고, 이 티켓들이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된다. 공연 티켓을 구매할 땐 개인정보 등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속도를 일반인이 따라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예매가 더욱 힘들고 티켓 거래 사이트를 찾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B씨는 "티켓예매 시작 일자인 티켓오픈일에 맞춰 들어갔는데 좌석 한 줄이 바로 매진됐다"며 "이건 매크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크로가 확인될 경우 예매 사이트나 공연제작사 등은 업무방해죄로 신고할 수 있지만, 매크로가 예매 사이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아 처벌 가능성은 낮다. 지난 2020년 공연법 개정됐지만 실질적인 단속까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등에 대한 부정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공연법 일부개정안을 이달 발의했다. 만약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수 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매크로와 플미 티켓 판매에 대한 업계 시각은 부정적이지만, 이들을 직접 제재하려고 할 경우 공연 직전 단체로 티켓을 취소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지금으로선 불법 거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단 공지를 하는 수준"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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