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더 오른다고요?"
지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주점을 찾은 30대 소비자 A씨.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을 주문하려던 그는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4000원이던 소주 가격이 500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A씨가 "맥주까지 시키면 소맥이 9000원 아니냐"고 점주에게 묻자 "출고가 인상과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점주는 "아직 결정한 건 아닌데 추후 상황에 따라 맥줏값도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부터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주요 소주 제품 가격이 순차적으로 인상된 가운데 오비맥주가 8일부터 국산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했다. 지난번 인상 이후 약 6년 만인데 식당가에서는 벌써 소맥 가격이 곧 1만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격 인상은 코로나19 확산 후 공급망 차질 등이 빚어져 각종 원료와 부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랐다. 소주의 경우 지난달 초 주정 가격이 평균 7.8% 오른 영향이 컸고, 맥주는 국제 보리 가격 상승과 캔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 인상 탓이 컸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제 보리 가격이 팬데믹 전인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33% 오르고, 지난해 알루미늄 국제 시세가 전년보다 45% 급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방위적인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식당가 소맥 1만원' 설이 불거지는 건 이 같은 기업들의 부담에 유통 마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출고가의 상승 폭이 크지 않더라도 도매상과 소매점 등 유통과정을 거치면 운송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각종 마진이 붙어 소비자 부담이 극대화된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주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례로 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의 경우 최근 출고가 인상 폭은 1081.2원에서 1166.4원으로 82원가량에 그쳤다. 이 제품이 도매상을 거쳐 소매점에 납품될 때는 대개 1300~1600원 남짓인데 자영업자들의 마진이 더해지면서 4000~5000원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식이다.
식당가에서 주류에 유독 마진을 남기는 까닭은 식사·안주류가 원체 수익성이 큰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고기류나 채소류, 장류 가격이 수시로 오른데다 인건비 상승까지 이뤄져 자영업자들로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당초 업계에서 국산 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던 시기는 내달이었다. 오는 4월부터는 주세법 개정안이 적용돼 맥주의 세금이 ℓ당 20.8원씩 올라 855.2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간 누적된 손실로 예정보다 국산 맥주 가격이 일찍 인상된 만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도 일러질 전망이다. 맥주보다 먼저 출고가가 오른 소주 제품의 경우 이미 일부 소매점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이달 2일 전국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130명을 대상으로 소주 가격 인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3.1%(17명)가 소주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 중 9명은 1000원, 8명은 500원을 각각 인상했다고 응답했다.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소의 48.7%(55명)도 곧 가격을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식당가에서 소주·맥주 가격을 각 1000원씩 조정하면 소비자들이 소맥을 즐기는 데 1만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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