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 당시 종양 크기가 크면 가슴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이때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방을 이전과 비슷하게 복원하는 재건술을 많이 시행한다.
하지만 병기가 높은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즉시 재건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진행성 유방암 환자도 선행항암 치료 후 즉시 유방을 재건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고범석 교수팀은 유방절제 후 즉시 재건을 받은 진행성 유방암 환자 300여명의 평균 67개월간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재발률 3.7%, 생존율 92.0%로 유방 전체를 절제한 뒤 재건하지 않은 집단과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며 외과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자마 서저리(JAMA Surgery·IF=13.625)'에 최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선행 항암치료를 받은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즉시 재건 결과를 분석한 최대 규모의 연구이다. 특히 나이, 병기 등 다른 조건을 유사하게 조정한 채 비교했음에도 두 집단 간 차이가 거의 없어 진행성 유방암 환자도 안심하고 즉시 재건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방암은 수술 전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여 유방 형태를 유지하는 유방 보존술을 최대한 시행하지만, 기존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항암치료 효과가 낮아 남아있는 종양 크기가 큰 경우에는 종양이 있는 쪽 유방 전체를 잘라내는 전절제술을 시행한다. 유방을 전절제하면 환자가 심리적 우울감이나 신체 비대칭으로 인한 불편감을 느끼기 때문에, 전절제술을 받으면서 동시에 유방 모양을 복원하는 즉시 재건술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이전과 비슷하게 복원하기 위해 유방의 피부나 유두를 함께 보존한 채 유방 안쪽의 종양만 제거한 뒤 보형물이나 환자의 복부, 둔부 조직 등을 채워 넣는 방법으로 재건술을 시행하는데, 피부와 가까운 조직에 종양이 남아 재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재건시기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환자도 종종 있었다.
고범석 교수팀은 즉시 재건술의 안전성을 분석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선행 항암치료 후 유방 절제술을 받은 진행성 유방암 환자 646명의 재발률, 생존율을 평균 67개월간 추적 관찰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정확한 분석을 위해 암 진단 나이와 병기, 선행 항암치료 효과 등이 유사한 환자를 1대1로 조정하는 성향점수매칭을 통해 선행 항암치료를 받은 뒤 유방의 피부를 보존한 채 피하 유방조직만 절제해 즉시 재건을 받은 '즉시 재건 집단' 323명과 전절제술만 받은 '전절제 집단' 323명을 선별하여 비교했다. 그 결과 전체 분석 기간 동안 처음 암이 발생한 유방 쪽에서 암이 재발하는 국소 재발률은 즉시 재건 집단에서 3.7%, 전절제 집단에서 3.4%로 나타났다. 또한 근처 림프절 등으로 암이 전이되어 재발한 비율은 즉시 재건 집단, 전절제 집단에서 각각 7.1%, 5.3%였다. 5년 생존율은 각 92%, 89.3%로 두 집단 간 재발률, 생존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때 두 집단 내에는 선행 항암치료 효과가 없어 수술 전 종양 크기가 작아지지 않은 환자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즉시 재건의 안전성을 확인했을 때도 두 집단 간 재발률과 생존율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즉 선행 항암치료에 반응이 낮아 여전히 종양 크기가 큰 환자라도, 유두와 피부에 암이 전이되지 않은 상태라면 즉시 재건을 받아도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범석 교수는 "암이 있는 쪽 유방의 피부와 유두를 전부 제거하지 않으면 암이 재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즉시 재건을 꺼리는 환자가 종종 있었는데, 한쪽 유방을 절제한 채 재건술을 받지 않으면 신체 비대칭으로 어깨,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심리적으로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진행성 유방암 환자가 즉시 재건술을 받아도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재건을 받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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