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이르면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 분리안과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주사인 (주)LG 등 LG 주요 계열사는 26일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안건들을 결정할 방침이다. LG는 매년 11월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그룹 회장에 한 해 사업 성과와 이듬 해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사업보고회를 열고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도 이 관행이 지켜질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특히 구본준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방안이 이사회 결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며,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 현 LG 회장이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LG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현재 구 고문은 (주)LG 지분 7.72%를 갖고 있다.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된다. 구 고문은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상사는 지난 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주)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또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도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 사전작업을 해왔다.
(주)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쥔 최대 주주다. LG상사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의 분리 전망도 나온다. (주)LG가 보유한 LG상사 지분(24.69%)과 LG하우시스 지분(33.53%) 가치를 합해도 4000억원 안팎으로 구 고문이 보유한 지분가치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계열 분리안 결정과 더불어 단행할 임원 인사에서는 (주)LG의 권영수 부회장과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등 부회장단 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2018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 최고 경영진이 교체된만큼 부회장단 전원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계열 분리가 임원 인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당초 LG 안팎에서는 부회장 4인 유임이 유력시됐다. 일각에서는 계열분리가 본격화함에 따라 이들의 거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수뇌부 연쇄 인사에 따라 LG하우시스와 LG상사는 물론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인사폭도 커질 수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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