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년기에 폐암으로 진단되는 환자들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폐암 환자 5명 중 1명은 80세이상이다.
고령에 폐암으로 진단되면 어차피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고령이어도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으면 아무 치료를 받지 않는 것보다 생존율이 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팀이 2014년부터 3년간 1, 2기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받은 80세 이상 환자 800여명의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 약 72%가 3년 뒤에도 생존해 있었지만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지지 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약 14%만 생존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기저질환이 있거나 심폐기능이 떨어져 수술이 어렵다보니 방사선 치료를 받은 1, 2기 환자들의 3년 생존율도 약 42%로, 지지 요법 환자들에 비해 생존율이 3배 높았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약 80~85%를 차지하는데, 병리학적 기준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된다. 그 동안 고령 폐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 결과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조기 폐암으로 진단된 고령 환자도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폐암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창민 교수팀은 대한폐암학회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2017년부터 시행한 폐암병기조사사업 자료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52개 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된 환자 6,576명의 치료 방법과 결과를 분석했다. 그 중 80세이상 고령 환자는 780명이었는데, 수술로 암 절제가 가능한 1, 2기 환자는 각각 약 21%, 약 9%였으며 수술이 힘든 4기는 약 54%였다. 80세 미만 환자들에 비해 1기로 조기에 발견되는 환자들이 적었으며, 4기에 발견되는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 2기로 조기에 발견된 80세 이상 고령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수술을 받은 환자는 약 31.3%로 80세 미만 환자들이 약 84.6%인 것과 비교해 크게 낮았으며, 아무 치료도 받지 않은 환자들은 무려 약 30%나 됐다.
수술을 받은 고령 폐암 환자들의 3년 후 생존율은 약 72%,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약 42%, 지지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약 14%였다. 또한 수술이 불가능한 4기로 진단돼 표적항암제로 치료를 받은 고령 환자들이 치료 시작 후 평균 약 9개월 더 생존한 반면 아무 치료도 받지 않은 환자들은 평균 약 2.5개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나 늦게 발견돼도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생존 기간이 최대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술을 받은 80세 이상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연구 기간 내 대부분 생존해 있어 통계적으로 평균 생존 기간을 도출할 수 없었지만, 지지 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평균 약 11개월 생존하는 것으로 분석돼 평균 생존 기간에서도 차이가 컸다"면서 "기침, 호흡곤란, 가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고, 고령에 폐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전신 건강 상태만 괜찮다면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대한암학회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IF=3.761)'에 최근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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