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부자들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조사결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빈부를 가리지 않고 악영향을 미쳤다. 또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등 자산 투자보다는 스스로 일군 사업을 통해 부자 대열에 올라서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8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반영한 '2020 한국 부자(富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월 가구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부자는 30.5%였다. 부자 3명중 1명의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이들의 월 가구 소득은 평균 21.3% 감소했다.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부자 가운데 94.3%는 '근로·산업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금융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사람과 부동산 임대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44.3%, 28.7%였다.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고 답한 부자는 27.5%로 4명 중 1명 꼴이었다. 이들의 평균 손실률은 14.2%였다 손실은 주로 주식과 펀드 투자에서 발생했다.
최근 금융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19%의 부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 점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자산 30억원 미만 부자들은 11.7%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고 50억원 이상 부자들은 24.9%가 조정했다.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한 부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거나 가격이 떨어진 자산 비중을 더 높이는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부자는 2019년말 기준 35만4000명으로 2018년말 32만3000명 대비 9.6% 늘었다. 10년 전인 2010년 16만명과 비교하면 2.2배로 증가했다. 지난 10년 간 한국 전체 인구가 매년 0.5%씩 증가한 데 비해 부자 수는 매우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부자 중 37.5%는 현재 부(富)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천으로 '사업수익'을 꼽았다. 벤처와 스타트업 투자 붐으로 단기간 내 부를 이루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부의 원천이 '부동산투자'라고 응답한 경우가 45.8%로 가장 많았고 '사업수익'이 28.4%로 두번째였다. 한국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거주주택'이 2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유동성 금융자산'(16.2%), '빌딩·상가'(12.0%), '거주외 주택'(10.4%), '예적금'(9.3%)의 순이었다.
부자들 중 80%는 거주 주택을 제외한 비거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자산 30억원 미만 부자 중 투자용으로 '일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은 37.4%였다. 금융자산 30억원이상 부자는 '상가'(64.8%)를 보유한 경우가 '일반 아파트'(52.3%)와 '토지·임야'(50.0%)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자들이 장기적으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금융 투자처는 '주식'이었다. 해외 자산에 대해서는 43.3%가 '투자의향이 없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주된 이유로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하기 때문'(44.4%)과 '투자손실 위험이 커서'(44.1%)를 꼽았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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