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관리재정수지가 실제보다 재정상황이 양호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와 달리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이 만성적인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산출방식에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의 산출방식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정수지는 국가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의 차이를 의미하며 국가채무와 함께 재정건전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차감한 통합재정수지가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정부는 2002년부터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수지(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를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를 별도로 산출해 중기재정운용목표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통합재정수지가 인구구성 등에 따라 구조적으로 대규모 흑자를 보이는 일부 사회적 연금·보험기금을 포함해 작성되고 있어 실제보다 재정수지가 양호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사회보장성기금이 직면한 상황은 20여년전과 다르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2002년 제도 도입 당시 대규모 흑자를 보였던 것과 달리 4대 사회보장성기금의 일부는 최근 적자를 시현하고 있거나 향후 적자를 계획 중인 상황"이라며 "대표적으로 고용보험기금은 2018 회계연도에 처음 적자를 기록한 후 2024년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은 3조260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2조87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조원 넘게 적자 폭이 커지는 것이다. 당초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한 이유는 대규모 흑자가 재정수지를 양호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취지였는데, 이처럼 일부 기금에서 현재 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차감하고 있어 반대로 재정수지가 양호하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는 현재 관리재정수지 산식이 '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로 적자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산식을 '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분'으로 변경해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 같이 사회보장성기금에 흑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이를 차감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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