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8)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정계·재계에서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 회장과 만났던 일화를 25일 공개했다.
박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늘의 삼성은 이 회장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MBC 경제부 기자 시절 1980년대 말 어느 해 여름. 제주도 전경련 세미나에서 1시간가량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서 출입기자들과 강의 겸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며 "당시 대학생이던 이재용 부회장이 뒷자리에 함께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게토레이 한잔을 물컵에 따라놓으시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난 지금 반도체에 미쳐있다'고 말했다"며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얘기도 했다. 유학 시절 외로웠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영화를 혼자 많이 봤다고. 특히 일본영화 '천칭'은 선대 이병철 회장이 강추(강력 추천) 해줘서 여러 번 봤다고 말했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영화 '천칭'을 수소문해서 봤다. 오래된 낡은 영상이었지만 담긴 의미만큼은 각별했다"며 "일본 어느 마을 솥뚜껑 판매회사의 후계자 양성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13살 소학교를 졸업한 아이 다이사꼬는 졸업선물로 아버지로부터 솥뚜껑을 선물로 받는다. 그리고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그 솥뚜껑을 팔아야 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신다"고 설명했다.
또 "부모는 물건을 파는 상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가업을 넘겨줄 수 없다고 한다. 어린 다이사꼬는 솥뚜껑을 팔면서 팔아야 하는 솥뚜껑에 대한 내 마음, 팔러 다니는 상인의 마음가짐, 그 물건을 사게 되는 소비자의 마음을 깨닫는다"며 "파는 자와 사는 자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물건은 팔 수 없다. 진정으로 내가 파는 물건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반도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영화 '천칭'을 다시 떠올리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이룬 이건희 회장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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